[4년만에 韓·日국방장관회담]

중국軍 부총참모장, 한민구 장관에 "사드 배치 우려"
"한반도서 日자위권 행사땐 한국 사전동의" 원칙엔 합의
韓·美 등 연쇄 국방장관 회담

 

한민구 국방장관과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지난 30일 제14차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회담을 열고 일본이 한반도 지역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때 우리 측의 사전 동의를 받는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 것은 4년 4개월 만이다.

하지만 일본은 유사시 일본이 북한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경우 우리 측 사전 동의를 받는 문제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동의 적용 지역을 남북한 전체가 아니라 남한에 국한하겠다는 것으로 추후 실무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또 일본 측이 한·일 군수 지원 협정과 정보 공유 협정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우리 측은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30일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3국 장관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민구 국방장관,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30일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3국 장관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민구 국방장관,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이에 앞서 30일 개최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한 장관이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에게 주한 미군 오산기지 탄저균 배송 사건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고 카터 장관은 이에 대해 공식 사과 의사를 표명하는 한편 관련자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약속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이번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연쇄적으로 열린 국방장관 회담 중 가장 관심을 모은 한·일 장관 회담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돼온 집단 자위권의 한반도 지역 행사 문제와 관련, 총론에서 성과를 냈으나 각론에서는 이견을 확인했다.

한 장관은 일본 나카타니 방위상에게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는 우리 측의 요청 또는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나카타니 방위상은 "어떤 경우에도 국제법에 따라 타국 영역 내에서 일본 자위대가 활동할 경우 해당 국가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침이며 이는 한국에도 당연히 해당된다"고 답했다고 한 장관은 전했다.

우리 측은 일본이 오는 8월까지 집단 자위권 및 미·일 신방위 협력 지침과 관련해 안보 관련 법을 개정할 때 사전 요청 및 동의 조항을 명확히 명시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자위대법 등을 들어 굳이 새로운 규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단 자위권 사전 동의 적용 대상 지역이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냐, 남한에 한정되느냐도 양국 간에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도 헌법상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반도 전체가 적용 범위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한 장관은 "(북한 미사일 기지 공격 시에도) 우리의 사전 협의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나카타니 방위상은 "즉답(卽答)을 할 수 없다. 추후 논의하자"고 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양국은 차관보급으로 구성된 한·미·일 3자 안보토의(DTT)에서 집단 자위권 후속 조치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이날 회담에서 별도의 한·일 국방장관 회담도 제의했지만 한 장관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한 장관과 쑨젠궈(孫建國)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 사이에 열린 회담에서는 쑨 부총참모장이 미 고고도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의 주한 미군 배치와 관련, "한반도 안정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는 지난 2월 방한한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의 언급과 같은 맥락으로 최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등 미 고위 관계자들의 '사드 배치 필요' 언급이 잇따른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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