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韓·美·中·日 연쇄 회담]

韓·美·日 합의된 내용으로 베이징서 중국과 최종 조율… 中, 北 설득에 적극 나설 듯
北이 어느 정도 성의 보이면 성 김, 訪北 추진할 수도

 
정부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을 의식해 한·미·중이 한자리에 앉아 협의하는 것은 피했지만, 미·중, 한·중 연쇄협의를 통해 사실상 3국 간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라며 "6자회담 때 외에 3국이 따로 협의를 갖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북핵 협상 재개를 위한 한반도 주변국의 움직임이 최근 빨라지는 것은 "8월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되기 전까지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키리졸브' '독수리훈련' 직후 북한 노동신문은 "미국과 남한의 북침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는 속에서는 그 어떤 대화도 협상도 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8월 예정돼 있는 한·미 을지훈련이 시작되면 대화 동력 자체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사진 왼쪽부터)황준국, 성 김, 우다웨이, 이하라 준이치.
(사진 왼쪽부터)황준국, 성 김, 우다웨이, 이하라 준이치.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으로 현시점도 어수선하긴 하지만, 군사훈련 기간보다는 뭔가를 도모해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미·일은 기본적으로 추가 제재 등 '압박 강화 카드'를 통해 중국이 북한의 등을 떠밀어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SLBM 시험발사 등은 명백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결의안에 동의한 중국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북한 설득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한·미와 함께 북핵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베이징에서 한·미·중 북핵 협의가 진행되는 것은 북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일종의 '충격요법'을 쓴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김정은의 정상회담 등 북한을 어르고 달랠 수 있는 카드가 여전히 많이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미도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적 대화'라는 명목으로 북한과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놓은 상태다.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조건으로 내건 공식 협상과 달리, '탐색적 대화'의 문턱은 훨씬 낮춰놓은 것이다.

북한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인다면 성 김 특별대표가 방북(訪北)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월에도 성 김 특별대표는 도쿄에서 한·미·일 3국 협의를 한 뒤 베이징으로 건너가 미·북 대화를 추진했다. 당시 미국은 북측 대표가 베이징으로 나올 것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성 김 특별대표가 평양에 들어올 것을 고집해 결국 양자 접촉은 불발됐다. 외교 소식통은 "당시 미측은 평양에 들어가면 북한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오해를 줄 것을 우려해 거부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형식보다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이 같은 각국의 계산이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북한이 워낙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번복,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개성공단 초청 번복,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등 일련의 사태를 볼 때 북한 내부에 합리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도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이 실패할 경우 특히 미국에서는 '북핵 어젠다'가 완전히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며 "이 때문에 각국은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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