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미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사회에 대미(對美) 반발과 긴장의식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달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60회 생일(2.16)과 내달 15일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 인민군 창건 70주년(4.25) 등 굵직한 정치행사로 북한 전역은 축제분위기를 맞고 있지만 또다른 한편에선 그동안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맞서 강력히 대응해 나갈 방침임을 잇따라 천명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1.29)한 데 대해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북 선전포고'라며 반발한 데 이어 지난달 부시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다고 했고 미국이 다시 북한 인권과 마약문제 를 거론하자 부시 행정부와는 결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미국이 북한을 포함해 7개 국가를 핵공격 대상에 포함시킨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가 발표되자 북한은 급기야 1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 미국과의 합의 재검토를 경고하고 나섰다.

북한의 경고는 북ㆍ미공동성명(93)과 제네바 핵 합의(94) 등 북ㆍ미관계 개선의 `틀' 자체를 파기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양국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되돌아 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북한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김 총비서의 군부대 방문이 두드러진다. 김 총비서는 올들어 13일 현재 총 18회의 공식 활동에 나섰는데 이 가운데 절반인 9회가 군부대 시찰이다.

특히 지난 11일 인민군 제319부대 시찰에서는 이례적으로 군사훈련 참관 소식을 부각시켜 보도했으며 13일에는 김영춘 군 총참모장을 동행하고 인민군 제639부대를 시찰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중학교 학생들의 인민군 입대 탄원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평양시 고등중학교 졸업생들의 인민군 입대 탄원 모임이 각 구역별로 진행돼 오다 지난 10일에는 김일성광장에서 평양시내 고등중학교 졸업생들이 인민군 입대를 탄원하는 대규모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총대의 귀중함을 가슴뜨겁게 새기며 자라난 선군시대의 피끓는 청년들인 고등중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있어서 성스러운 조국보위 초소로 달려나가는 것보다 더 영예로운 일은 없다'면서 '모든 졸업반 학생들이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보위하는 길에서 결사옹위의 투사가 될 것'을 촉구했다.

평양시 고등중학교 졸업생들이 자원입대를 탄원하는 모임을 대규모로 진행한 것은 드문 일로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주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미 사상교육을 크게 강화하는 추세이다.

북한의 각급 공장ㆍ기업소에서는 작업반 단위별로 신문 `독보(讀報)모임'과 이야기발표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공장안에 설립되어 있는 `계급교양실' 참관사업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급 학교들에 반미교양을 위한 `계급교양실'을 추가로 설치하는가 하면 학급별로 웅변이나 시 발표, 복수결의 모임 등을 열고 있다.

북한 언론들은 이를 통해 '미제의 야수적 본성을 똑똑히 알고 놈들을 천백배로 복수할 불타는 적개심을 깊이 간직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내달 인민군 창건 70주년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북ㆍ미관계의 냉각과 `선군(先軍)정치' 부각 등으로 북한은 내부적으로 대미 적개심과 긴장의식 고취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진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