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인 1984년에는 남북한이 모두 미국으로부터 인권침해가 심각한 국가로 취급됐다는 사실이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30일 비밀해제된 외교문서 중 류병현 당시 주미 대사가 1984년 2월 이원경 장관에게 전달한 미국 국무성 1983년 인권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미 국무성은 한국에 대해 "대통령이 대부분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며 국회는 다소의 영향력이 있으나 행정부 권한에는 훨씬 못 미친다"고 평했다.

보고서는 "역대 한국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국내외 안정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반대파의 정치활동을 억압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언론 출판의 자유에는 헌법상 보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한하고 있으며 결사 및 시위권도 한계가 있다"며 "한국에는 1982년 대비 약 15%가 감소된 325명 가량의 정치범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상 고문이 금지됐으나 3월 모회사 간부 경찰에 구차당한 후 사망한 사례가 있다"며 "헌법상 가택수색 시 법관 발령 영장 휴대 규정이 있지만 간혹 영장 없는 가택 침범 도청 감시 사례가 있다는 주장도 상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언론 출판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돼있으며 국내 언론 규제가 자유화돼있지만 전 야당 지도자의 단식사건이 3주 후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상황에 관해선 한층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미 국무성은 보고서에서 "북한은 엄격한 공산독재국가로서 개인의 권리는 김일성과 그의 가족 지배하에 있는 노동당에 철저히 종속돼있다"며 "북한 지도자들은 통일이란 명목 하에 북한을 조직화·군사화하고 있으며 이에 불응하는 자는 구금되거나 재산을 압수당하거나 유배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조직화되고 통제된 사회"라며 "영장이나 유사한 제도가 없고 자의적인 구금이나 체포가 가능하다. 사법부는 전적으로 정부 통제 하에 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북한으로 송환된 일본인 부인의 일본 방문을 불허하고 서신교환을 금지하며 외국방송 청취를 불허하고 있다"며 "개인주택을 도청하고 정부시책에 대한 지지를 제외하고는 언론 집회 시위의 자유를 불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종교를 박해한다. 종교기관이란 효과적인 통제와 대외 선전용이다. 북한 내 여행은 엄격히 통제된다"며 "정치권은 김일성 노동당의 독점물이다. 자유선거는 없으며 당의 지명에 의한 단독출마다. 당원 외에는 참정권을 불인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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