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김왕식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최근 신문에 보도된 북한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정말 어이가 없다. 북한이 생산해 수출하는 조야한 제품에 대한민국이 생산한 대한민국 고유 수출 제품임을 알리는 브랜드인 '한국산(Made in Korea)'이라는 표기를 제멋대로 사용하겠다는 거다. 북한이 그간에 온갖 불법과 도발을 일삼아 오더니 급기야는 대한민국이 피땀 흘려 쌓아온 성과마저 그냥 가로채 가겠다니 정말 염치도 없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제 자신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은 낡아 빠져서 더 이상 쓸데없으니 역사 속으로 용도 폐기하겠다는 건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이르는 김씨 3대 세습왕조를 만들어 5000년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는 한민족을 김일성민족으로 둔갑시키던 때는 잊어버린 건가?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가슴에 살아 있는 전통적 문화 상징 체계인 무궁화·애국가·태극기를 송두리째 부정하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그토록 매도하고 부정해왔던 '한국산(Made in Korea)'이라니?

결국 북한이 자신들의 수출 상품에 한국산이라는 명칭을 도용한다는 것 자체가 체제 경쟁에서 대한민국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어서 그나마 긍정적인 점도 있다. 다만 체제 경쟁은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이미 판가름이 났음을 북한은 이제야 깨닫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한민국이 수립될 때 문명사적 가치인 주권재민(主權在民)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적 정치 체제를, 그리고 사적 소유권과 시장경제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채택했을 때 이미 판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대한민국이 걸어 온 길에는 엄청난 시련과 희생이 있었다. 주권재민 원칙은 권위주의 시절 자주 훼손되었다. 그러나 근본 원칙이 부정된 적은 결코 없었다. 사적 소유권과 시장경제 체제 역시 많이 위협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들을 지키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을 바탕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이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한 성숙한 국가가 되었다.

그러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가 바로 우리 브랜드인 '한국산 (Made in Korea)'이다. 대한민국을 그렇게 지독히 부정하고 폄하하더니 우리의 땀과 눈물을 맨입에 통째로 넣겠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박근혜 대통령의 표현대로 북한이 "날로 먹으려 하잖아요!".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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