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담당 공안1부서 수사]

키리졸브 훈련 때마다 친북·좌파단체들 시위… 北도 "예측 못할 사태" 협박
김기종 범행 현장에서 '전쟁훈련 중단' 유인물, 목격자 "동행한 이들 있다"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55) '우리마당 통일문화연구소' 소장이 평소 친북 성향을 보여온 데다 범행 동기가 '한·미 연합 훈련 반대'로 파악되면서 국내 종북(從北)세력과의 연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경(檢警)은 김씨의 단독 범행 여부는 물론 종북 세력을 배후로 한 조직적 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할 방침이다. 한·미 훈련 기간에 타이밍을 맞춘 종북 세력의 '기획 테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경은 우선 테러 시점이 한미연합사의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나흘째 되는 날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키리졸브 훈련은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독수리 훈련도 같은 날 시작해서 내달 24일까지 치러질 예정이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 소식을 전해 들은 엄마부대 봉사단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에 모여 리퍼트 대사를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통일문화연구소’ 소장은 한·미 동맹을 위협한 살인 미수자”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박상훈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 소식을 전해 들은 엄마부대 봉사단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앞에 모여 리퍼트 대사를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통일문화연구소’ 소장은 한·미 동맹을 위협한 살인 미수자”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박상훈 기자

두 훈련이 시작될 무렵이면 북한은 물론 국내의 여러 친북·좌파 단체들은 반대 시위를 벌여 왔다. 지난달 북한중앙통신은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핵전쟁을 몰아오는 불장난 소동"이라면서 "미제와 괴뢰(傀儡)호전광들은 북남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조선 반도에 예측할 수 없는 긴박한 사태를 초래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키리졸브 훈련 시작 당일엔 남포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 같은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국내 친북·좌파 성향 세력의 반대 시위는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평화와통일을사랑하는사람들(평통사), 한국진보연대 등은 한·미 군사훈련 반대를 주도하는 대표적 단체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김씨가 이끄는 '우리 마당 독도 지킴이'도 반미(反美) 그룹으로 알려진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에 속해 있다. 국민행동은 2013년 4월 발족했는데 통합진보당, 범민련,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연방통추) 등 48개 단체가 가입된 것으로, 검경이 파악하고 있다.

국민행동은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된 지난 2일 오전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민주노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부산이나 진해 쪽에 핵잠수함이나 무기 등 핵 관련 군사 장비가 들어오면 현장 대응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종북 콘서트' 논란으로 구속 기소된 황선씨의 남편 윤기진씨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민권연대'도 국민행동에 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 리퍼트 대사 테러 사건과 관련해 김기종씨와 '상급 단체' 격인 국민행동과의 연계 가능성 등을 반드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김씨가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북한을 다녀온 이후 활발한 반미 활동을 해온 점도 이번 테러를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의 하나다. 검찰 관계자는 "범행 현장에서 '전쟁 훈련 중단'과 '전시작전통제권 회수'를 요구하는 유인물이 나온 것은 오랜 기간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는 증거로 배후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했다.

범행이 벌어진 이날 행사장에서 "김씨와 동행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온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경찰은 우선 현장에서 김씨에게 유인물을 전달받은 것으로 지목된 연세대 명예교수인 노모(70)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테러 담당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사건 지휘를 맡겼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김씨 외에 다른 공범이나 배후가 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향후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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