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2010년 12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류경 부부장이 서울을 비밀리에 방문한 뒤 이듬해 초 처형된 사실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류경의 방남(訪南)을 심층 보도했던 일본 언론인이 “강제 이혼당한 재일교포 출신 며느리만 목숨을 건졌고, 나머지 가족 전체는 평양 자택에서 총살당했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011년 당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특파원으로 류경의 극비 남한 방문과 처형 소식을 집중 보도한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류경의 재일교포 출신 며느리만 빼고 가족 모두가 총살당했다고 말했다.

마키노 연구원은 RFA에 “2011년 2월 초 평양에 살던 일본 사이다마현 출신의 재일교포 여성에게 갑자기 중앙당에서 남편과 바로 이혼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이 여성의 시아버지는 류경이었고, 이 여성을 제외한 가족 모두가 총살됐다는 얘기를 한일 양국의 대북 소식통을 통해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키노 연구원은 류경의 죄목이 남북 간 비밀접촉 과정에서 반역 행위가 있었다는 것으로, 서울에서 행적을 담은 출장보고서 내용이 부실한 게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RFA는 “류경이 제출한 보고서 내용중 정상회담 추진에 관한 부분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일부 행적에서 어디에서 누굴 만났는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는 마키노 연구원의 말을 전했다.

마키노 연구원은 류경의 숙청은 당시 김정은 권력승계 과정에서 비대해진 권력기관인 보위부를 견제하려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뜻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김정은 권력승계를 집중 조명한 ‘북조선비록(문춘신서)’을 2013년 7월 발간했다.

RFA는 마키노 연구원이 “당시 보도가 나간뒤 류경의 서울 방문을 적극 부인했던 이명박 정부가 회고록을 통해 이를 밝힌 것은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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