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결의안을 유엔 안보리 정식 안건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탈북자 신동혁씨의 증언 내용에 대해 허위(虛僞) 논란이 일고 있다. 북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압살 실태를 고발해온 신씨의 증언 중 일부가 거짓말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잇따르자 신씨 본인도 최근 일부 잘못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체험담 전체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 해도 일부 오류 때문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게 됐다.

신씨는 평안남도 개천에 있는 '14호 완전통제구역 관리소'를 탈출한 유일한 탈북자로 인식돼 있었다. 이곳은 정치범 수용소 중에서도 가장 비참하고 엄혹한 곳으로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는 다시 나올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정치범 부모를 둔 죄로 1982년 이곳에서 태어나 스물세 살 때인 2005년 전기 철조망을 뚫고 탈출에 성공한 뒤 이듬해 한국에 들어왔다고 했다.

신씨는 23년간 겪은 고문(拷問)과 강제 노동, 동물 이하의 학대 체험을 2007년 책 '세상 밖으로 나오다'에 담았다. 미국 언론인 블레인 세든은 신씨를 2년여 동안 인터뷰한 뒤 2012년 영문판 서적 '14호 수용소 탈출(Escape from camp 14)'로 국제사회에 고발했다. 이 책은 24개국에서 출간됐다. 신씨는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강연·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북 인권 실태를 폭로해왔다. 그의 증언은 작년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 인권보고서를 발간하고 이를 토대로 가장 강도 높은 결의안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은 미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신씨 증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해온 사람들은 정치범 수용소 출신 다른 탈북자들이다. 침묵하던 신씨는 얼마 전 블레인 세든을 통해 두 가지 잘못을 인정했다. 스물세 살 때까지 14호에 수용됐던 것이 아니라 여섯 살 때 18호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어머니와 형의 탈출 시도를 밀고한 곳도 14호가 아닌 18호였다고 정정했다. 18호에서 신씨 어머니와 형의 처형 모습을 봤다는 다른 탈북자들은 그들이 받은 혐의가 탈출 시도가 아니라 살인이었다고 엇갈리게 증언하고 있다.

신씨는 지금까지 직접 해명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그가 자신의 증언을 지키고 싶다면 떳떳이 나서서 공개 해명하는 게 옳다. 어디까지가 직접 체험한 것이고 어느 것이 전해 들은 것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가 자유를 찾기 위해 탈북하는 용기를 냈다면 이제 자신의 양심(良心)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야 한다.

이번 일로 다른 탈북자들의 증언까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작년 2월 나온 유엔의 북 인권보고서는 탈북자 수십 명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 연례보고서에도 60여 명의 상세한 증언이 담겨 있다. 14호가 아닌 다른 북 정치범 수용소들도 고문과 구타, 굶주림, 강제 노동으로 가득 찬 곳이라는 게 이들의 일치된 고발이다. 이런 '커다란 진실'을 지켜나가는 데 신씨가 맡을 역할이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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