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중 前 駐中대사 회고록 - 北측 "관심 없다" 서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말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거부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통일부 장관 등을 지낸 김하중〈사진〉 전 주중대사는 28일 발간한 회고록 '증언: 외교를 통해 본 김대중 대통령'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2000년 당시 북한의 2인자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미(10월 9일)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10월 25일) 이후 클린턴 대통령은 미·북 관계 정상화를 위해 북한 방문을 추진했다. 하지만 11월 6일 치러진 미 대선 직후 조지 W 부시 당선인이 반대하면서 클린턴의 방북은 무산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12월 21일 아침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퇴임 전에 (미·북 관계 정상화) 기회를 잡고 싶은데 북한 방문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년 1월에 김정일을 워싱턴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김 대통령은 "김정일이 워싱턴에 갔다 소득 없이 돌아가는 것은 곤란하므로 사전에 성공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2월 28일 에번스 리비어 주한 미 대사대리가 김 전 대사를 찾아와 "22일 미 국무부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클린턴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리비어 대사대리는 "친서 내용은 '우리 둘(클린턴·김정일)이 만나면 (관계 개선) 문제 해결이 가능하므로 김 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이틀 후 북측 인사가 '관심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클린턴에게 보내는 답신으로 간주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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