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에서 공식 화폐 '원'보다 중국 화폐 '위안'이 더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는 21일 "북한 주민들은 중국 내화(위안)를 '비'라고 부른다"라며 "열악한 경제난과 수시로 바뀌는 가격 때문에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며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에게 비는 가장 믿음직한 화폐"라고 전했다.

북한 청진시 수남 구역에 살다가 2013년 4월에 한국에 온 김모씨는 뉴포커스와 인터뷰에서 "북한 내화에서 제일 단위가 높은 지폐는 김일성 사진이 그려져있는 5000원이지만 그 5000원짜리 1장으로 쌀 1㎏도 구하기 어렵다"라며 "하지만 중국지폐인 비는 100원짜리 1장이면 쌀 20㎏을 사고도 남는다. 때문에 북에서 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비를 가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비는 서민층과 중산층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대부분의 거래와 가격 형성도 비에 의해 결정된다"며 "일부 북한 장사꾼들은 '김일성 10명을 합쳐도 모택동 1명보다 못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양강도 혜산시에서 살다가 2013년 7월 한국에 정착한 이모씨도 "북한에서는 북한 돈 30만 이상 넘어서면 무조건 비로 바꿔 보관한다. 그래야만 화폐 교환에 대비할 수 있다"며 "2009년 당시 북한 당국이 화폐 교환을 단행하면서 주민들이 엄청난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그 때문에 더욱 비를 믿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당시 정부에서는 한 사람당 일정한 금액만 화폐를 교환시켜주고 나머지 금액은 국가에 바치라고 강요했다. 힘들게 모은 돈이 순식간에 종잇장이 돼버렸는데 비를 가지고 있던 집은 많은 돈을 벌게 됐다"며 "그 때부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비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 경제 시장을 좌지우지했다"고 소개했다.

뉴포커스는 "북한주민은 계급별로 사용하는 돈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며 "간부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달러', 일반주민은 '비'라고 불리는 '인민폐', 하루 벌어먹고 사람들은 '옥수수'로 가치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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