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19일 외교부·국방부와 함께 가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합동 업무 보고에서 광복·분단 70년이 되는 올해 남북 공동 기념행사 개최를 위한 '남북공동기념위원회' 구성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신의주, 서울~나진을 잇는 한반도 종단(縱斷) 철도 시범 운행, 언어·문화 분야 교류를 맡을 가칭 '남북겨레문화원'의 서울·평양 동시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 같은 통일 기반 구축 사업을 순차적으로 북한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남북 국토 전체를 시야에 놓는 '한반도 국토개발 마스터 플랜'을 만들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가 만들고 있는 통일헌장과 함께 평화통일을 위한 정부 차원의 시스템 구축 방안을 담은 '평화통일기반구축법(가칭)' 제정도 추진키로 했다. 개성공단 해외자본 유치, DMZ(비무장지대) 생태평화공원 조성도 본격화한다고 했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대북 구상 중에서 당장 성사될 만한 사업은 거의 없다. 최근 몇 년간 남북 간에 변변한 대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가까운 미래에 철도를 연결하고 서울과 평양에 각각 문화원을 두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렇다 해도 북에 우리가 구상 중인 통일 한국의 미래와 그 길을 열어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각종 사업을 계속 제시하고 북의 호응을 유도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북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작년 12월 29일 통일준비위를 통해 1월 중 회담을 선(先)제안했다. 올 들어서도 북측이 요구하고 있는 5·24 조치 해제 등 모든 문제를 만나서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정부는 미국과의 엇박자를 감수해가면서 대북 대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북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을 내걸었다. 우리가 손을 내밀면 북이 맞잡아 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대화를 추진한다고 해서 북의 핵과 각종 도발에 대한 경계를 늦추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은 "통일은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라 우리가 하기에 따라 만들어 갈 수 있는 미래"라면서 "구체적인 사업을 차근차근 이행해 가야 할 때"라고 했다. 국가 지도자가 통일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남북이 공동으로 광복 70년의 무엇을 기념할지도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남북위원회부터 만들겠다고 나서는 성급한 태도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국방부는 이날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레이저빔 무기 등을 북핵 대응책으로 내놓으면서 '창조 국방'이란 이름을 붙였다. 한반도의 현실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지 않은 안보·통일 정책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