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화" 지적에도 1년 방관… 선정 주관단체 "취소" 후에야 "우수 圖書서 빼겠다"는 입장
지금까지 팔린 책은 5000부, 정부 돈 들여 전국에 책 배포… 문체부 1200권 회수 나설 듯

 
북한을 '인권·복지국가'로 묘사한 '종북(從北) 콘서트'로 논란을 일으킨 재미 교포 신은미(54)씨의 책 '재미 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가 7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 문학 도서'에서 제외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2013년 우수 문학 도서 선정을 주관했던 '책읽는 사회 문화재단'이 해당 책의 선정을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문체부는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문체부와 재단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으며, 7일 재단 홈페이지에 실은 '나눔 도서 목록'에서도 이 책을 뺐다. 문체부 우수 문학도서로 선정된 뒤 취소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재단 측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저술이라 우수 문학 도서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지난 달부터 밝혀왔다"고 말했다.

136종 중 19종 뽑힌 '우수 수필'

신씨의 책은 2012년 11월 군소 출판사인 네잎클로바가 출간했고, 지금까지 5000부 정도 팔렸다. 이 책이 문체부 우수 문학 도서로 선정된 것은 2013년 6월의 일이었다. 우수 문학 도서 사업은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사업이며, 당시 도서 선정은 민간단체인 '책읽는 사회 문화재단'이 주관했다. 이 재단이 우수 문학 도서 선정 사업을 맡은 것은 2013년이 유일했다. 2009년부터 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해 오던 것을 넘겨받았으나, 작년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 주관 기관이 바뀌었다.

'종북 콘서트’논란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재미 교포 신은미씨가 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보수 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신씨는 이날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받으려고 검찰에 출석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종북 콘서트’논란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재미 교포 신은미씨가 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보수 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신씨는 이날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받으려고 검찰에 출석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2013년 상반기 각 출판사가 우수 문학 도서 중 수필 분야로 신청한 책은 모두 136종. 그중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된 19종 중 하나가 신씨의 책이었다. 당시 수필 심사는 문인과 공공도서관 관계자 등 10여 명이 진행했다. 심사위원장인 문학평론가 황광수씨는 계간 '민족지평' '실천문학' 주간과 한국작가회의 편집위원장을 지냈다.

우수 도서 사업의 심사위원들은 출판사에서 보낸 개요서와 책을 검토해 1차로 거른 책을 대상으로 예심·본심에서 토의한 뒤, 만장일치 형식으로 최종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2013년 상반기에 우수 문학 도서로 선정돼 국고 지원을 받은 책은 시·소설·희곡·수필 등 각 분야를 합쳐 151종이었다.

각 기관 배포된 1200권 회수될 듯

문체부는 우수 도서로 뽑힌 책들을 구매해 지역 도서관과 아동청소년센터, 복지시설, 교도소 등에 배포한다. 문학 분야의 경우 1000~ 1200권씩 사들여 전국으로 보내는데, 통상 초판 인쇄분의 절반 정도 분량이다. 신씨의 책은 이 과정을 거쳐 1200권이 배포됐다.

하지만 우수 도서 선정이 취소된 만큼, 배포 역시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보급 대상인 도서 목록에서 해당 책이 제외됐기 때문에 기부 형식으로 배포된 각 기관을 대상으로 회수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체부는 지난 11월 말 신씨의 '종북 논란'이 불거진 뒤 한 달 넘게 사태를 방관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체부는 도서 선정에 대한 비판이 일자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 취소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며, 재단 측이 먼저 취소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선정 취소 사실이 확인된 7일에도 공식 자료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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