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해안 지역 주민들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북한 당국이 각 가정으로부터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고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7일 보도했다.

데일리NK는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새해가 들어서면서 청진시 동사무소와 인민반장들이 자기 지역 주민 가정을 돌며 ‘우리 가정은 어떤 경우에도 자살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에 세대주의 서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생활고에 빠진 주민들이 가족 단위나 개별적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수십 차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함경북도를 비롯한 동해 지역 바닷가 주민들 생활이 지금처럼 한심한(힘든) 적이 없었다”면서 “지난해 낙지(오징어)와 도루묵철에 주민들의 바다 조업을 막은 해당 구역 보위부와 해안경비대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동해안 지역 주민들은 조업에 나서기 전 해당 구역 보위부에서 발급하는 ‘바다출입증’을 받아야 한다. 출입증을 발급받으면 1년 동안 조업을 할 수 있지만, 예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보위부에 뇌물을 줘도 출입증을 내주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지난해 조업에 나선 북한 어선들이 한국 해상에서 표류하다가 구조돼 북한으로 인계되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낙지철인 6~10월 동안에 100회 넘게 바다로 나갔는데, 지난해에는 기껏 5번 정도밖에 나가지 못했다”며 “낙지철 돈벌이를 위해 높은 이자에 많은 돈을 빌리거나 심지어 집을 팔아 (어선·엔진·어망 등) 어구를 준비했던 주민들은 망한 것과 다를 바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빌린 주민 일부는 전주의 빚 독촉에 시달리거나 집과 물건을 차압당했고, 이 때문에 절망에 빠져 가족 단위나 개별적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수십 차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북한 당국이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것으로 대응에 나선 것. 이에 대해 주민들은 “서명을 받아낸다고 자살 사건이 해결되겠나, 살아갈 길을 열어줘야지”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이 ‘일반 어선은 통제하고 군부대 어선만 바다로 나가니 물고기가 대풍일 수밖에’라고 당국의 (풍어) 선전을 비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 수산 부문 공로자들을 노동당 청사로 불러 표창하면서 “어획 목표를 초과 달성해 ‘물고기 대풍’을 이뤘다”고 치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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