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2015년 신년사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기대할 만한 내용은 없고 외우기만 부담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1일 보도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이 기대하는 내용을 전혀 담지 못했다”며 “신년사 전문 내용은 일반적 호소와 같았고, 당 창건 70돌을 위한 선전, 선동문 같았다”고 평가했다.

연설에 임하는 김정은의 태도도 혹평을 받았다. 이 소식통은 “신년사를 하는 김정은의 눈길과 동작은 지난해보다 더 어색하게 보였다”면서 “내용을 보지 않고 연설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부자연스럽고 불안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이 김일성 신년사를 따라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옛날 (김일성) 신년사 장면과 대조해 많이 평가한다”면서 “김일성은 연설할 때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김정은은 마치 ‘토론 준비 없이 연단에 나선 학생’을 보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매년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 전문을 암기해 점검을 받아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이번 신년사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김 제1위원장의 신년사 전문을 암기해 각 조직의 간부들로부터 점검을 받아야 한다. 또 신년사에 제시된 내용을 올해 각 분야 과제에 접목·실천해야 한다. 신년사를 암기하지 못했을 경우 조직생활 총화에서 비판 대상이 되고, ‘충성심’ 부족으로 간부에게 비판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함경북도 소식통은 “주민들은 신년사를 통해 한해 사업 방향을 알 수 있지만, 이번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있다”면서 “앞으로 있을 신년사 학습과 관철을 위한 각종 행사들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도 “새해 신년사 원문이 너무 길어서 걱정부터 앞선다”면서 “25분짜리 원문을 빠짐없이 그대로 달달 외워야 하니 TV를 시청하는 내내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신년사를 시청하게 되면 그 내용보다도 몇 분짜리 신년사인지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신년사는 작년보다 별로 신통한 내용이 없는데다가 시간만 길어 암기하기 정말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은 2012년 집권 이후 매년 1월 1일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해 왔다. 올해 신년사는 2013·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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