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군사평론가·前 국방연구원 현안위원장
고성윤 군사평론가·前 국방연구원 현안위원장
김정은 암살을 코믹하게 다룬 영화 '인터뷰'가 화제다. 개봉 전에는 소니 픽처스가 북한의 위협적 메시지에 지레 겁먹은 모습으로 비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론의 격한 반발과 미국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소니 픽처스는 '인터뷰'를 개봉하기로 입장을 번복했다. 미국 FBI(연방수사국)는 해킹 발원지를 추적, 지난 12월 18일 배후가 북한이라고 단정 지었다. 다음 날 오바마 대통령은 비례적 대응 차원의 즉각적 보복을 시사했다.

소니 픽처스 사태가 주는 안보적 함의는 무엇일까? 우선 사이버 공간은 우리에게도 제5의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해·공 중심으로 수행되던 고전적 개념의 전쟁 양상과 첨단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은 우주 공간에 더하여 이제는 사이버전이 펼쳐지는 제5의 전장이 더해진 모양새다. 이는 사이버 전장에서 적이 노리는 표적이 군사적 목적 외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생활 자체를 대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뜻한다. 다음으로 주목할 점은 평시에도 무차별적으로 감행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여느 국가나 테러 단체보다 높다. 북한은 최근 우리의 원전을 해킹한 것으로도 의심을 받고 있다.

마지막은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이다. 북한은 1981년 인민무력부 산하 5년제 미림대학에서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진화를 거듭, 현재 그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정확한 편제와 규모를 확인하기가 쉽진 않지만 전문 인력은 3000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고 사이버 테러는 중국 접경 도시인 단둥과 선양을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다. 특히 전시에 우리의 네트워크전(NCW)망이 해킹될 경우 작전 수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기 때문에 방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두 가지 방향에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의 사이버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사이버사령부와 국가사이버안전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나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다. 지금까지처럼 조직의 규모를 키우고 지휘관의 계급을 높이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 양성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나아가 사이버 테러가 국제 평화와 안정을 해칠 수 있는 '공공의 악(惡)'인 만큼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데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