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인권 향상은 수십년 걸친 진화의 산물
국제규범·법 만들어졌지만 정부에 대한 감시 필요
北 인권은 정치범뿐 아니라 어린이·여성도 대상 돼야

 

캐서린 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SK·한국국제교류재단 석좌
캐서린 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SK·한국국제교류재단 석좌
인권이 2014년의 주요 이슈가 됐다. 북한 인권 문제는 그중 하나다. 지구촌의 다른 인권 문제는 인권을 이해하도록 하고, 관련 국제사회의 개입이나 기준을 만드는 문제는 혁명적 절차를 거치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진화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2015년의 과제는 북한을 향해 이 진화 과정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느냐다.

지난 1월 나이지리아는 동성애를 범죄시하는 법을 만들었다. 최고 14년형을 선고할 수 있게 했고, 기본적 권리인 결사(結社)의 자유까지 금지시켰다. 동성애자 권리 운동도 못 하게 했다. 이 같은 정부의 행위는 2000년대 이후 동성애자를 인지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인권단체가 커지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인권에 관한 국제 규범과 법률 메커니즘은 실제 사례를 해석해 현실에 적용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성적 소수자의 권리가 늘어나는 것은 이런 흐름 중 하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이런 권리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하거나 불편해한다. 새롭거나 '젊은' 규범은 적응 기간을 거쳐 일반 사회에 채택되기까지 활발한 주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난 4월 중무장한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 반군(叛軍)들은 치복(Chibok)에 있는 정부 운영 기숙학교에 들이닥쳐 300명 가까운 여학생들을 납치했다. 60명 정도는 탈출했지만 어린 학생들은 노예 같은 상황을 맞아야 했다. 많은 아이가 성폭행당했고 보코하람 군인들과 강제 결혼을 해야 했다.

어린이와 젊은 여성에 대한 끔찍한 폭력은 우간다·수단·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 같은 분쟁 지역에서는 국가와 반군 모두가 자행하고 있다. 미얀마도 포함된다. 어린이들은 군대나 반군에 강제 충원되거나 납치된다. 이런 학대는 보편적인 도덕성에 위배되는 것이고, 여러 국제법에도 저촉된다. 이 국제법들은 1960년대에 많이 만들어졌고, 일부는 최근 입법된 것도 있다. 유엔 어린이인권선언문은 1990년 말 발효됐고, 소말리아·남수단·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채택하고 있다. 1993년 빈에서 열린 유엔 세계인권콘퍼런스에서 각국 정부들은 공식적으로 "여성과 여학생들의 인권은 양도할 수 없고, 나눠질 수도 없는 보편적 인권에서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라고 인식했다. 이런 선언은 수십년간의 진화를 거쳐 혁명적으로 분출된 일대 사건이었다.

대부분의 정부가 새로운 인권 메커니즘을 받아들이고 기존의 기준을 지키기 위해 자국 시민과 독립적 기관에 의해 모니터링되고 압박받아야 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인권의 날인 12월 10일에 미국조차 조지 W 부시 정권하에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한 고문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미 연방 상원 정보위의 보고서는 죄수들을 아주 조직적이고 다양한 고문으로 괴롭혔다는 점을 비난했다. 거기에 더해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 워치' 관계자는 "미국은 재판도 하지 않고 13년 가까이 관타나모에 많은 사람을 구금하고 있다. 그곳에는 국제법도 없고, 정의의 기본 개념도 없다"고 말해 관타나모 문제를 인식하게 만들었다. 미국인들은 정부의 잘못된 행동이 공개되자마자 정의롭지 못한 일들을 자행한 자들에게 책임을 지게 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사례는 현존하는 인권 관련 기준과 법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또 이러한 법들을 명확하게 하고, 강제하고, 계속해서 작동되도록 하려면 계속된 공개 토론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국제 규범과 법적 기준은 모든 정부가 체화(體化)하고 학습해야 한다.

지난 3월 유엔조사위는 평양 정권이 국민을 상대로 몇 차례의 인권 위반 행위를 했다는 점을 문서로 공식화했다. 그 이후 북한은 인권이란 이슈의 뜨거운 한가운데 섰다. 북한은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국제사법재판소의 조사를 받는다는 개념 자체를 참을 수 없었을 것 같다. 북한 사례는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 정권을 대변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양국 모두 인권 위반 사례가 많다.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능력 배양을 위해 우리는 어떤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인권 문제를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끄집어내어 정치범뿐 아니라 어린이·여성·장애인 등 구체적 인권을 특정하는 것이, 수많은 국제법 그리고 인간의 복지와 존엄에 필요한 필수조건에 대한 북한의 이해를 높이도록 돕는 현실적 방식일지 모른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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