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우 남남북녀 결혼정보회사 대표는 북한 여성과 결혼에 성공한 뒤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의 짝을 맞춰주는 결혼정보회사를 차려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케이스다.

그는 "북한에서 온 여성들은 일가친척과 친지도 없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이라며 "누구보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이들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신붓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 30일 1박 2일간 강원 영월군 동강시스타에서 '2014 남남북녀 통일 데이트'를 위해 영월군과 인연을 맺은 홍 대표는 “당시 동강 데이트를 통해 7쌍이 만남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남남북녀의 러브스토리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홍 대표를 지난 13일 영월에서 만나 남남북녀 결혼 중매의 색다른 의미와 사연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 여성만 전문으로 하는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초혼에 실패하고 아들 둘을 양육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재혼을 결심하고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여성들을 만나 보았다. 그러나 몇 번 만나면서 많은 어려움을 느꼈다. 조건도 까다롭고 요구하는 조건이 너무 많았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상이 다르고 서로가 원하는 것이 너무 달랐다. 결국, 몇 번의 만남은 모두 실패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인의 소개로 북한 여성을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마음씨도 착하고 조그마한 정성에도 감동하는 모습을 경험하면서 결혼까지 성공하게 됐다. 이후 부인을 통해 친한 여성들을 몇 사람 소개했는데 성사가 잘 되더라. 그래서 이걸 사업으로 연결하면 괜찮겠다 싶어 2006년 8월 남남북녀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 그 당시 특허청에 남남북녀라는 상표도 등록하고 본격 사업에 나섰다."

-북한 여성들이 얼마나 살고 있고 결혼대상자는 얼마나 되는가.

"북한을 탈출한 주민은 2만600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다. 이 가운데 70%인 1만8000여명이 여성이다. 이런 여성 가운데 20대와 30대가 1만명 수준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결혼이나 동거를 하는 여성을 제외하면 결혼 필요성이 있는 여성은 5000명 수준이다. 우리는 이 가운데 회원으로 확보된 여성이 940여명이다. 지난 8년간 남남북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500쌍의 짝을 맺어 줬다."

-다른 사업보다 의미가 특별할 거 같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온 여성들은 비교적 현명하고 똑똑하다고 보면 된다. 과거 서독 광부나 간호사로 나간 사람들이 그렇듯 이들도 일가친척을 버리고 목숨까지 걸고 온 사람들이다.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희망과 도전을 위해 정착한 사람들이다. 언어가 통하고 교양과 지혜를 갖추고 있으며 과거 우리의 전통 예절과 미풍양속을 답습하고 있다.

시부모 공양 잘하고 남편 섬기는 것을 최고로 안다. 문화와 음식습관도 비슷하고 생활력이 강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여성들은 남한에서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기 위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가친척도 없고 친구도 거의 없다. 외롭고 쓸쓸하다. 주변에 사기꾼과 나쁜 사람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이 여성들이 남한에 가장 빨리 정착할 길은 좋은 배필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힘들고 외롭게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여성보다 남편을 잘 보필하고 가정을 잘 꾸리고 있다. 나도 9년간 새로운 가정을 꾸렸지만, 정말 누구에게 자랑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가정을 꾸렸다고 자부한다.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면서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특별히 기억나는 커플은.

"광주에 살던 북한 여성이 몇 년 전 추석 명절에 외롭고 쓸쓸한 마음에 대구 우리 집을 찾았다. 집사람이 같은 북한 출신이라 연락하며 지냈다. 마침 대구에 홀로 살던 남성과 연결이 됐다. 그 여성은 평양 김형직사범대를 나와 교편생활을 했던 인텔리였다. 남자는 재혼인데 건강한 딸을 출산한 뒤 시어머니가 고맙다고 금일봉을 보내온 기억이 새롭다. 또 한 여성의 남편은 새벽 5시에 장거리 운행을 하는 운전기사다. 요즘 새벽 5시 출근하는 남편에게 따뜻한 밥을 꼬박꼬박 해 주는 여자를 만나기 힘들다.

이 여성은 남편 봉양이 끔찍하고 가정을 잘 돌보고 있다. 그 남편과 가족들이 항상 놀러 오라고 하면서 감사하고 있다. 노점을 하는 총각과 북한 여성이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경우도 있다. 새벽처럼 일어나 하루 20시간가량 부지런히 과일 행상을 했는데 노점을 하다 구청에서 점포를 마련해줬다. 돈은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청년이라 소개했고 결혼 뒤에도 잘살고 있다. 조그만 소형 오피스텔에서 20평 규모 아파트로 옮겨 신혼 재미가 쏠쏠하다고 자주 연락이 온다."

-남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북한 여성들은 모두 건강하고 생활력이 강한 훌륭한 규수들이다. 무엇보다 같은 민족으로 언어가 통하고 음식문화와 예절이 비슷하고 어른 공경과 자식교육을 잘한다. 일부에서 편견으로 얕잡아 보는 사람을 자주 본다. 배우자를 택하는 데 있어 한 사람의 인격체로 보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한다. 북한생활에 대해 캐묻고 동정하거나 편견을 가지면 만남은 100% 깨진다. 상대를 배려하고 최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북한 여성들에게 3가지를 신신당부하고 있다. 보증을 서는 것과 돈 거래, 시간약속 철저히 지키기다. 북한 여성들은 혈혈단신 고향산천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인생을 새로 시작한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정이 들기도 어렵지만, 쉽게 정이 들 수도 있다. 이들은 주변에서 사기를 당하고 다단계에 잘못 발을 들여 놓았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한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 정부기관에서 12주 교육을 받고 취업을 알선받지만, 컴퓨터와 요리사 헤어디자이너 보조 제과제빵 등 특정 분야에 치중돼 있다.

급여도 많지 않고 북한에서 받은 교육과 경험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들이 남한사회에 가장 빨리 적응할 방법은 결혼을 통한 안정이다. 남자들은 북한 여성에게 농담도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 여자를 이끌어 주고 씩씩하고 박력 넘치는 남성을 기대한다. 북한 여성에게 차 문을 열어 주고 식당에서 의자를 먼저 빼주는 등 하나하나 배려하는 남성이 되면 결혼 성사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남남북녀 결혼을 연결하면서 사람이 괜찮으면 지방도 가리지 않고 해준다.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돈이 많다고 여자를 우습게 보는 사람에게는 절대 소개해 주지 않는다."

-남남북녀 결혼정보 사업을 통해 상당한 보람을 느끼고 있겠다.

"그렇다. 국경을 넘어온 여성들은 외롭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배필을 만나 대한민국에 잘 적응하며 행복하게 정착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차후에 통일에 된다면 이분들이 선봉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남북녀 중매를 통해 많은 커플이 맺어지는 것도 통일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러한 사업이 모여 큰 통일이 될 것으로 믿는다.

북한에서 왔다고 편견을 갖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분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대한민국 사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그럴 여건이 됐다고 본다. 지금 농촌과 대도시에서 많은 총각이 결혼을 못 하고 있다. 또 어쩔 수 없이 초혼에 실패했지만, 재혼을 마냥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건강하고 희망이 넘치는 대한민국을 위해 남남북녀 결혼정보회사가 좋은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한편 2006년 8월 28일 결혼정보회사를 차린 홍 대표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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