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사망 3주기를 앞두고 연일 반제(反제국주의)·반미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 고등학생들이 미화 1달러 지폐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며 지니고 다닐 정도로 사상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고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8일 보도했다.

데일리NK는 북한 평안북도 내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김정은이 신천박물관을 방문하면서 공장, 기업소는 물론 고등중학교에서도 반미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반미 교육을 받고 있는 고등학생들은 행운의 상징으로 미화 1달러를 교복 주머니에 지니고 다닌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11년 12월 17일 사망한 김정일의 사망 3주기를 맞아 최근 반제·반미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8일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은 황해도 신천군에 있는 반미 교육 시설 신천박물관에 2002년 한국에서 미군 궤도 차량에 치여 숨진 효순·미순양의 사진을 전시해 놓고 “승냥이의 본성이 변할 수 없듯 미제에 대한 환상은 곧 죽음”이라고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은 달러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달러만 있으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은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자식을 가진 부모들이 ‘미래를 개척하고 큰 사람이 되라’는 의미에서 1달러, 5달러짜리를 자녀들에게 기념으로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1달러짜리가 행운의 징표로 여겨지고 있는 것에 대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세운 첫 대통령 사진이 있는 돈이고, 1이라는 숫자가 막힘없이 갈 수 있는 길이라는 의미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달러짜리에 대해서는 “(5달러짜리에 새겨진) 링컨은 부모를 잃고 정규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노예해방을 가져 온 역사적 인물이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의 이상 모델”이라고 전했다.

또 이 소식통은 북한 내에서 두부 한 모를 살 때에도 달러나 위안화로 거래하고, 북한 화폐로 거래하려 할 경우 ‘촌놈’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주민들 사이에선 북한 화폐 가치가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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