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여동생 김여정이 노동당 부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2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북 매체들은 그동안 김여정을 '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 일꾼'이라면서도 구체적 직책은 밝히지 않았었다. 당 부부장은 우리의 차관급이다. 김여정은 올해 27세이다. 아버지 김정일은 32세, 고모 김경희는 30세에 당 부부장에 임명됐었다.

북한은 김여정이 어느 부서에서 일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 당국과 전문가들은 노동당의 핵심 기구인 선전선동부나 조직지도부의 부부장 또는 당 서기실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선전선동부는 김씨 왕조(王朝) 우상화와 체제 선전을 담당한다. 조직지도부는 당 간부 인사(人事)와 평가, 감시를 맡고 있다. 서기실장은 김정은의 비서실장 격으로 대외적으로는 당 부부장으로 불린다.

김여정이 북한 권력의 핵심 직책을 맡았을 것이란 관측은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행사 때 오빠 김정은을 수행하는 모습이 처음 공개되면서다. 당시 김정은 옆에는 최측근 실세로 꼽히는 최룡해·황병서도 있었다. 김여정의 정치적 비중이 이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후 김여정은 김정은의 당(黨)·정(政)·군(軍) 대외 활동을 12차례 공개 수행했다.

일부에선 김일성·김정일의 직계로 이른바 '백두 혈통'인 김여정이 오빠와 함께 실질적으로 북한을 이끌고 있다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 9~10월 김정은이 40여일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을 때 일부 외국 언론은 김여정이 '대리 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30세 김정은과 27세 김여정이 2500만 북 주민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나이의 두 사람 손에 대량 살상이 가능한 핵무기까지 들려 있다.

철권 통치자의 손자로, 자식으로 호의호식했을 이들 남매가 먹고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까지 하는 주민들의 심정을 손톱만큼이라도 이해할 리 만무하다. 두 남매는 선대(先代)의 포악한 인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모양이다. 자신들의 최대 후원자였던 고모부 장성택을 하루아침에 총살시킨 것을 보면 그렇다. 고모 김경희 역시 그 후로 행방이 묘연하다.

이런 김씨 남매의 공격적 성향과 어린 나이 등을 감안하면 최근 북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이 강해지는 데 대해 핵실험과 대남(對南) 군사 도발로 위기를 돌파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실제 북은 요즘 연일 전국적으로 군중집회를 열어 대남(對南)· 대미(對美)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이것이 말로만 그칠 것이라고 방심해선 안 된다. 김씨 남매를 중심으로 한 북한 권력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철저히 대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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