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이 오늘 변론을 끝내고 선고만을 남겨놓게 된다. 통진당은 지난 1년여 심리에서 시종 북한과의 연계(連繫)를 부정해 왔다. 그러나 24일 본지에는 통진당과 북한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여주는 기사 두 건이 실렸다.

먼저 법무부가 통진당 전신(前身) 민주노동당의 당원 교육 문건이라며 헌재(憲裁)에 제출해 증거로 채택된 '주체의 한국 사회 변혁 운동론'이다. 문건은 북한 조선노동당을 '전국 변혁 운동의 전략적 참모부'로, 민노당을 '남한 변혁 운동의 전략적 참모부'로 각각 규정했다. 또 '한국 사회 변혁 운동의 지도 이념은 선군(先軍) 사상'이라면서 '민노당은 선군 변혁 역량 구축의 전략적 중심 고리'라고 했다. '선군 정치를 지지·옹호하는 활동은 한국 변혁 운동의 첫째 임무'라는 대목도 있다. 선군 사상은 북한 김정일이 1990년대부터 내건 통치 이념이다. 민노당이 북한 공산당의 '남측 지부(支部)'임을 자인한 셈이다.

문건은 또 '(민노당 임무인) 남한 변혁 운동의 기본 노선은 폭력혁명 노선'이라고 밝혔다. 한국 사회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사회'라며 '이 땅에서 외세를 몰아내고 자주적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의 '적화(赤化)통일' 논리와 판박이다. 통진당 이석기 의원이 RO라는 폭력 조직을 만들어 난동을 시도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법무부는 3년 전 민노당 간부 주모씨로부터 문건을 압수했다. 주씨는 현재 통진당 충남도당 부위원장이다. 통진당은 2011년 민노당과 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를 합쳐 만들었지만 2012년 경선 부정 사건을 거치면서 지금은 민노당 출신들만 남아 있다. 3년 전 김정일의 가르침을 신줏단지처럼 떠받들며 남한 폭력혁명을 꿈꾸고 가르쳤던 민노당 사람들이 곧 지금의 통진당인 것이다.

이런 민노당에서 부대변인을 하고, 통진당에선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15번을 받았다 제명당한 황선씨가 인터넷 방송에서 4년간 230여 회나 종북(從北)·반미(反美) 주장을 했다고 한다. 2005년 만삭의 몸으로 북한에 가 평양에서 제왕절개로 딸을 낳았던 그 사람이다. 황씨는 김정일이 죽고 며칠 뒤 검은 상복을 입고 나와 "이명박 정부 장관이 (상복이 아니라) 노란색 '잠바때기(민방위 점퍼)' 입고 나와 조문을 읽은 건 나라 망신이다" "(외국에서) 김정은 각하 표현이 나온 걸로 봐서는 국제사회에서도 (김씨 세습) 체제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유엔이 김정은을 국제 법정에 세우도록 북한 인권 결의를 채택한 날 서울 한복판에서 '토크쇼'를 열어 "진짜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북한 상황을) 참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라는 망언(妄言)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적·물적 증거들이 명백한데도 통진당은 계속 북을 모르는 척 국민을 속이며 여전히 국회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해마다 국민 세금 수십억원까지 챙겨 정당 활동비로 쓰고 있다. 23일에는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헌재가 우리 당을) 해산하면 다시 만들면 된다"고까지 했다. '민주적 기본 질서 위배 정당은 해산된다'는 헌법과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과 강령·정책 등이 같거나 비슷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는 정당법을 깔아뭉개겠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헌정(憲政)과 법질서에 대한 선전(宣戰)포고나 다름없다.

통진당이 큰소리를 치는 건 정당 해산 관련 법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도 있다. 통진당이 해산될 경우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 상실 여부부터가 분명하지 않다. 법원이 이적(利敵) 단체로 규정해도 해산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국회가 헌재 결정에 앞서 이런 법적 미비점들을 보완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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