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규 정치부 차장
배성규 정치부 차장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과 미국·중국·일본 등이 본격적 '핵 게임'에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전격적으로 스커드나 노동미사일 등에 핵 실전 배치를 완료했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이 지난 24일 북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중·단거리 핵미사일의 1차 타깃은 한국과 일본이 될 것이다. 북은 미국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 카드도 꺼낼 수 있다. 이를 통해 한·미·일의 양보를 얻어내고 경제적 돌파구도 마련하려 할 것이다. 북이 지난 22일 억류했던 미국인을 석방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과 '핵 빅딜'을 하기 위한 판 깔기일 수 있다.

그간 북핵에 공동 대응해 온 6자회담 당사국들이 앞으로 북의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각자 대응책을 찾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북핵이 더 이상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가 돼 버린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동북아 안보 게임에서 우리 입지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핵미사일을 겨냥한 북한에 협상 대상으로 인정도 못 받고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 있다.

미국 고위 인사들이 최근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부쩍 자주 거론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정부의 미국 소식통은 "미국이 사전 억제 전략에서 미사일 방어(MD) 체계 확대를 통한 사후 억제책으로 전환하려는 인상이 짙다"고 했다. 미국이 북의 핵미사일 개발을 계기로 동북아에서 MD를 확대하려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가 미국의 'MD 우산' 속으로 들어가려 할 경우 중국과 마찰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그간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한국을 우군화하는 데 공을 들여 왔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해경에 의한 중국 어선 선장 사망 사건과 관련, 중국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 내 언론·인터넷 확산을 우리가 막았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중국이 한국의 MD 편입을 좌시할 리 없다.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결국 미·중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또한 북한 핵미사일을 핑계로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려 할 공산이 크다. 일부 극우 진영에선 '핵무장론'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군 당국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를 구축하고 북핵 선제 감시·타격 시스템인 킬 체인(Kill Chain)을 통해 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고도 15㎞ 이하에서만 요격이 가능한 KAMD로 북의 핵미사일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킬 체인 또한 미국의 전적인 감시·타격 시스템 지원 없이는 운용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주도적이고 실효적으로 대응할 카드를 찾아야 한다. 전술핵 재도입 등 강경책부터 대북 협상 라인 복원 등 온건책까지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대로 있다간 북한에 휘둘리고 미·일과 중국 사이에서 가랑이가 찢어지는 상황이 조만간 닥쳐올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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