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 이사장 "후보 추천만 됐는데 부당한 공격에… 이사장職 결심"
미방위 KBS 국감 참고인 출석

"문창극 발언 짜깁기방송 안돼"… 野 "편협한 역사관 자격없다"
與 "절대다수가 공감하고 지지", 李 "제 史觀 국민과 어긋안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22일 KBS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9월 새로 추대된 우파 역사학자 출신 이인호 KBS 이사장의 역사관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이사장의 서울대 명예교수 시절 우리나라 현대사와 관련된 각종 발언을 두고 "편협한 역사관의 소유자로 공영방송 이사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이사장이 국민 절대다수가 공감하고 지지하는 역사관을 말해왔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야당의 공세에 "과거 제 발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제가 갖고 있는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가 국민 전반의 것과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대한민국 체제에 반대한 인물'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참으로 충격적인 발언"이라는 새정치연합 이개호 의원 질의에 대해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가로서 매우 훌륭하시지만 48년 대한민국 독립(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공로자로서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1919년 설립된 상해임시정부의 법통(法統)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 이사장은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학설로 인정할 수 있으며 정신사적 정통성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으나 법통은 애매하고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전병헌 의원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는 헌법의 기본질서를 부정했다"고 했다.
이인호 KBS 이사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KBS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인호 KBS 이사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KBS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 이사장은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시종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자진 사퇴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의 강연 논란과 관련, "방송에서 어떤 사람의 견해를 정확하게 요약하지 않은 내용이 나가면 안 된다"며 "(문 전 주필의) 강연 전체를 들어봤는데 KBS에서 요약해서 나간 것과 비교해 전혀 다른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자신의 선임 과정에 관한 질문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제 이름이 언급된 뒤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이사장 후보 추천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이 저에 대해 부당한 공격을 하는 걸 보고 이사장을 맡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정호준 의원이 이 이사장 조부의 친일 행적을 지적하자, "제 할아버지 행적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시대의 상황이 직업을 갖고 산다는 것 자체가 오역(忤逆·반역이라는 뜻이 있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제가 조부의 친일 행적을 두둔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단지 설명했을 뿐이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상당히 많은 젊은 세대, 6·25 이후 세대가 우리 역사를 대한민국 중심으로 보지 못하고 북한에서 내보낸 여러 선전 자료의 영향을 받아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여야 합의에 따라 참고인으로 국감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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