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내 전력 공급이 부족해지자 주민들이 12V 태양열 충전기로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20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보도했다. 이에 발맞춰 중국 상인들이 ‘저전압 전기제품’을 내놓자 주민들 사이에 ‘중국이 조선을 먹여살린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북한은 올해 초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수력발전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전력난이 이어졌다. 북한에 공급되는 전기는 원래 교류 220V 이지만, 요즘 주민들은 낮에 12V 태양열 충전기로 배터리를 채우고 이를 이용해 밤에 조명과 TV를 켜는 등 국가 전력망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시장에서 활동 중인 화교 류모씨는 “북조선에 정전이 너무 심해 220V 전기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지금 가정에서는 저전압 직류 전기제품으로 바꾸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주민들에게서 전기밥통·냉장고·전기담요 같은 생필품을 모두 12V로 쓸 수 있게 개조해 달라는 요구가 쏟아진다”며 “중국 업체들 중 북한으로 판매되는 제품에 한해 이렇게 개조해주는 곳이 몇 군데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은 처음엔 이러한 이색적인 주문제작을 반기지 않았지만, 북한의 전력난이 지속되자 잠재적으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판단해 환영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현재 북한 시장에는 전기제품에서부터 생필품에 이르기까지 중국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중국 상인들에게 부탁하면 뭐든 다 구해온다”며 “10대 아이들 사이에서는 ‘습근평(시진핑)이 조선을 먹여 살리느라 고생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북한 주민들 사이에 “강택민(장쩌민)이 조선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유행했다가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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