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RFA) 그렉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10월 22일은 프랑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건립 125주년입니다. 프랑스의 수도인 ‘광명의 도시’라 불리는 파리의 상징인 에펠 탑은 1889년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 기념 박람회의 일환으로 건축가인 귀스타브 에펠의 설계로 건축된 기념물입니다.

프랑스의 에펠탑, 두바이의 불즈 할리파, 중국의 상해 타워, 미국의 시카고에 위치한 윌리스 타워, 한국의 서울 타워나 한국 송도에 위치한 동북아무역타워, 일본의 동경 타워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의 성공을 상징하는 건물들입니다. 또 이러한 높은 건물들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공산주의 정권들도 과거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 있는 화려한 고층건물과 경쟁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비슷한 건물을 지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고층건물은 주로 상업적인 이유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만, 공산주의 국가의 경우는 오직 독재자와 공산주의 정부의 명령 때문이었습니다.

평양에 위치한 류경호텔도 마찬가집니다. 한국 건설 업체가 싱가포르에 지은 고층건물 '스탬퍼드 호텔'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으려고 북한 정부는 1987년부터 105층짜리 류경호텔을 착공했습니다. 그러나 27년후인 지금도 류경호텔은 속이 빈 아무 쓸모 없는 '유령 호텔'로 남아 있습니다.

류경 호텔은 1992년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2008년 이집트 오라스콤사의 투자로 재개됐습니다. 제2의 권력세습을 이룬 북한 당국이 2012년 류경 호텔을 강성대국 진입을 상징하는 건물로 선전하려 했습니다. 2012년 한국 서울에서 개최된 학술 토론회에서 유명한 호텔 켐핀스키그룹의 최고경영자 레토 위트워는 켐핀스키그룹이 북한 류경호텔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켐핀스키 호텔도 북한에 진출하지 못하고 류경 호텔도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냉전시대의 류경 호텔과 같은 쓸모 없는 커다란 건물들은 많은 공산주의 독재 국가들의 상징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객실 수가 3천 개가 넘는 모스크바의 '로씨야 (러시아) 호텔' 그리고, 로므니아 (루마니아) 수도인 부꾸레슈띠 (부쿠레슈티)에 위치한 김일성 국가 주석과 가까웠던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지은 '국민관'과 같은 커다란 건물이 생겨났고 평양에 위치한 류경 호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러시아 호텔’의 경우 모스크바 중심가에 위치하였지만, 호텔의 답답한 모습은 모스크바의 건물, 특히 가까이 있는 아름다운 크램린 궁전과 '바실리 블라제니' 성당과 어우러지지 못했고, 관리비가 많이 들고, 비효율적 영업으로 2006년에 철거되었습니다. 공산주의 독재자들이 보인 과대망상의 상징이었던 ‘러시아 호텔’과 루마니아의 ‘국민관’의 운명은 달랐습니다. ‘러시아 호텔’은 철거된 반면, 루마니아의 ‘국민관’은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 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루마니아의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평양의 ‘류경 호텔’ 공사도105층까지 완공될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 호텔’과 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루마니아 ‘국민관’과 같이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실용성을 살리게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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