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진 정치부 기자
황대진 정치부 기자

김정은이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던 40일간 그에 대한 갖가지 소문이 난무했다. 내·외신 매체에 보도된 것만 10여 가지에 이른다. 김정은 뇌사설, 쿠데타설, 평양 봉쇄설 등 별의별 소문이 다 나왔다. 이 중에는 일부 탈북자가 신문과 TV 등 각종 매체에 출연, "나도 북에 있는 사람에게 그렇게 들었다"거나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확인 루머를 확대, 재생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부 탈북자는 지난 14일 김정은이 평양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현지 지도하며 공개 활동을 재개한 뒤에도 '사진 조작설'을 제기했다. 북한 매체가 이날 내보낸 사진은 "김정은이 마지막으로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했던 지난달 3일에 찍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김정은이 과학자 등과 기념사진을 찍은 김일성·김정일 동상은 지난 10월 6일 완공된 것"이라며 "조작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북한이 싫어하는 '전단(삐라)'을 보내는 사람들도 대부분 탈북자이다. 전단에는 북한 주민들이 잘 모르는 김씨 세습 왕조에 대한 진실도 담겨 있지만 김정은과 그의 부인 리설주에 대한 추문(醜聞)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죽은 장성택과 리설주의 염문설, 김정은이 리설주보다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과 더 가깝다는 설 등이다.

1990년대 중반 대량 탈북이 시작된 이래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는 2만74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폐쇄된 북한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김씨 왕조' 치하에서 고통받는 동포를 구해내기 위해 북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것도 이들이다. 이들의 열정은 남쪽 국민을 자극해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환기했다.

하지만 북한 관련 미확인 정보를 다룰 때는 신중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남북 관계는 물론 '통일 대계(大計)'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각종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탈북자 중에는 북한을 떠난 지 10년, 20년이 넘은 사람도 있다. 그들이 알던 때와 지금의 북한은 많이 다를 수 있다. 잘못된 정보는 남한 내부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탈북자 사회에서 "극히 일부의 신중치 못한 언행 때문에 우리 전체가 그런 사람들로 오해받을까 두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한번 새겨봤으면 한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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