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통치 동력 상실해가는 北, 김정은 리더십·건강 변수 따라
체제 와해나 무력충돌 기로 설 것… 非核化·인권 원칙 양보하지 말고
韓美 동맹과 韓中 대화 지속하며 對北觀 합치해 통일에 대비해야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한반도가 격동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격동의 진원지는 북한이다. 치명적인 건강 이상 루머에 휩싸였던 김정은이 41일 만에 공개 석상에 등장했지만 신병(身病) 재발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동안 노동당 창건 참배에도 불참하는 등 최고 지도자의 장기 부재(不在)는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을 극적으로 부각시켰다. 3대 세습 초기에 서방 언론은 김정은의 경륜 부족과 스위스 유학 시절의 과격 무모한 성격에 주목했다.

지금 북한은 내부 통치의 동력을 상실해가는 모습이다. 통치 행위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즉흥적이어서 위기의 북한을 재건하는 데 역부족이다. 동시에 핵무장에의 자신감과 단말마적 불안감이 무력 증강 책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통일대전(統一大戰)'을 호언하는 가운데 핵탄두 소형화, 장사정포·미사일 시험 발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개발 등에 여념이 없다.

북한의 변화 추이에 따라 상이(相異)한 한반도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김정은의 리더십 한계와 건강 악화로 북한이 체제 와해로 가는 길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유한 그의 오판(誤判)으로 한반도가 무력 충돌의 대재앙으로 갈 개연성이다. 남북 교류 협력의 증대를 통한 합의통일 프로세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애당초 독일식 기능주의 통합 방식을 한반도에 접목하려던 시도는 지나치게 이상적이었다. 독일 통일은 양독(兩獨) 간의 진정성 있는 인적 접촉과 만남이 수십년간 축적돼 나온 필연의 결과였다. 현재 남북은 안타깝게도 대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적대적 구조다. 물론 근본 원인은 북한 유일수령(唯一首領) 체제의 폐쇄성과 호전성에 있다. 지난 4일 북한 정권 실세 3인방의 '깜짝 방문'은 고립무원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돌발 행동이었다.

이제 대북 전략과 남북 관계에서 원칙을 재확인하고 결단해야 한다. 북한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현실의 토대 위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군사 도발에 정면 대처하는 한편 예측불가의 북한 장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움직일 수 없는 제1의 원칙이다. 핵 문제에 진척이 없다 보니 일각에서 '선(先)비핵화' 기조를 포기하고 6자회담 재개를 통해 협상에 의한 해결과 남북 관계를 동시에 추구하자는 수정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십수년간 6자회담의 비효율성과 실패를 재연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북한의 진정성이 먼저 가시화돼야 한다. 우리가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이는 10월 말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견지돼야 할 자세다.

인권 역시 대북 전략의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UN 헌장에 명시됐듯 현대 국제사회에서 인권은 주권에 앞선다. 북한과 우리 사회 일각의 '내정간섭'론은 국제 규범을 벗어난 시대착오 인식이다. 오죽하면 UN이 나서서 김정은 지도부의 반(反)인권 범죄를 재판에 회부하는 조치를 취할까? 이는 북한의 인권유린 참상이 더 이상 유예될 수 없는 인류 차원의 과제임을 알려주는 경고다.

한반도 통일은 격동하는 동북아 국제 정세 속에서 원칙과 결단 및 지혜가 어우러질 때 역사의 섭리에 의해 달성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중심의 한·미 가치동맹은 통일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발휘할 것이다. 한·중 전략 대화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북한 실세의 방문 직후 감행된 NLL 침범은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대남 음모를 입증해 주었다. 야당 지도부가 이례적으로 북한 비판에 나선 것은 국민을 안도시키기에 충분했다. 국가 안보에 여야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희구하는 국민통합은 가치관의 합치가 대전제임을 잊어선 안 된다. 대북 전략에 대한 부질없는 논쟁과 분열을 극복할 때 공동체로서의 국민통합을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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