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일 전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남북 공동선언’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장관급회담은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첫걸음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소득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합의내용별로 그 의미와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 장관급회담·연락사무소

남북한은 30~31일 장관급회담에서 남북 연락사무소 복원, 8·15 화해주간 설정, 조총련 재일동포 고향방문, 경의선 철도 연결 등에 합의했다. 정치·경제·사회 분야에 두루 걸쳐 절충한 것이다. 장관급회담은 이처럼 의제에 제한이 없다. 장관급회담이 남북한 사이의 ‘중심적인 협의체’(통일부 발표)이기 때문이다.

장관급회담은 앞으로도 이같은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남과 북이 각기 제기하는 어떤 문제든지 일차적으로는 여기서 다룰 가능성이 많다. 경제든 사회·문화든, 양측이 모두 ‘대화 전략’ 차원에서 검토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한 긴장완화와 화해·통일이라는 중요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설령 경제성이 떨어져도 사업을 벌여야 할 경우가 남북한 사이에는 매우 많다. 우리가 식량, 비료, 약품 등을 인도적 차원에서 무상으로 북한에 지원한 것 등이 좋은 예이다. 결국 우리측의 경우는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일부가, 북한측은 대남사업의 지휘부인 아태평화위원회가 이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남북한은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평양에서 제2차 장관급회담을 갖기로 했을 뿐이다. 우리측은 이를 ‘정례화’로 해석하고 있는 반면, 북한측은 ‘계속한다’로 설명하고 있어 뉘앙스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당장 3차회담 여부를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음 회담을 그때그때 합의해야 하는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남북한이 장관급회담 하위기구 성격인 부문별 공동위원회 구성을 이번에 합의하지 못한 것도 아직까지는 회담 형태의 안정성에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한편 오는 8월 15일을 계기로 기능이 복원되는 판문점의 남북연락사무소는 남북 당국간의 중요한 직접대화 통로이다. 우리측 연락사무소는 자유의 집 3층, 북측은 판문각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연락 수단은 직통전화 1회선으로, 3년9개월 만에 재개통되는 셈이다. 그동안은 역시 판문점에 위치한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간 직통전화 1회선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최병묵기자

/김인구기자

◈ 조총련동포 서울방문

조총련계 재일동포들 가운데 고향이 남한인 사람들의 고향방문은 1975년 처음 시작돼 현재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추석에도 250~300명 정도가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25년간 남한을 방문한 조총련계 동포들은 6만여명. 최근 1세대들이 사망해 고향방문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나,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라 다시 늘어날 것으로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는 조총련계 동포들이 고향을 방문하려면 민단의 각 지부에 있는 ‘모국방문 추진위원회’에 신청해야 한다. 개별 방문도 가능하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이들의 방한 기간은 짧게는 3박4일짜리 산업시찰만으로 그치는 경우에서부터 길게는 3개월까지 머무는 사람도 있으나, 평균 한 달 정도라고 한다.

조총련계 동포들의 국적은 사실상 애매한 상태다. 일본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을 인정치 않기 때문이다. 해방전의 ‘조선’이라는, 지금은 없는 나라의 적(적)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 부분은 일·북 수교가 이뤄지고 난 이후에나 해결될 문제로 보인다. 일·북 수교 후 이들이 ‘북한’ 여권을 받게 될 경우에는 이들의 남한 방문에 대해 우리 정부가 국가간에 발급하는 사증(사증·비자)을 내줘야 할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헌법 해석상 어려움도 생긴다.

조총련측 한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한국 방문 희망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합의는 조총련계 인사라도 누구나 한국을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게 한다는 ‘정치적인 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상·성분이나 북에 두고 온 가족들과의 관계 등으로 한국 방문을 꺼렸던 ‘거물급 인사’들의 방한이 이뤄질 수도 있게 됐다는 것이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동경=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 남·북·해외서 8·15행사

금년 8월 15일에는 남북 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통일과 화해를 주제로 한 행사들이 남과 북, 해외에서 많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선언 정신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남한 정부가 껄끄럽게 생각해온 범민족대회를 남과 북, 해외에서 개별행사로 치르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은 ‘통일’에 초점을 맞춘 행사들을 펼칠 것이 분명하다. 해마다 가졌던 8·15 범민족대회와 ‘통일대축전’ 행사가 이번에도 1주일 정도 열려, 청년학생들의 통일 주제 토론회 등이 벌어질 것 같다. 다만 장소는 과거의 판문점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쪽에선 ‘화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이 ‘민족화해 주간(주간)’을 제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정부는 남북화해는 물론 최근 우리 내부에 이념적 갈등으로 인한 ‘남남화해’도 감안한 행사들을 주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13일 서울 구파발에서 통일대교까지 이어지는 마라톤을 시작으로, 14일 정당·종교·사회단체 공동회의,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통일맞이 대동제’를 연다. 통일시대의 개막을 선포하는 ‘통일봉화’를 서울 남산 봉화대 및 전국 각 봉화대에서 올리는 행사다.

조국통일 범민족연합(범민련), 전국연합, 한국대학 총학생연합(한총련) 등 전국 시민·노동·학생 단체 400여개는 13~15일 서울 한양대에서 합동으로 ‘6·15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2000년 통일대축전’을 열기로 했다. 13일 축하 민속공연 등 통일문화제, 14일 각 단체별 행사에 이어 15일 오전엔 모든 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통일을 기원하는 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한총련(의장 이희철·조선대총학생회장)도 해마다 열던 범민족대회를 열지 않고 이 행사에만 참여하기로 했다.

이밖에 환경운동연합은 15일 통일에 대비한 환경문제를 토론하는 남북환경포럼을 준비중이며,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남북여성의 평화로운 삶을 위한 토론회를 준비중이다. /김인구기자

/이규현기자 while@chosun.com

향후 남북관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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