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호수 옆 넓은 초원 펼쳐져 "旅程 중 가장 아름다운 광경"
'민족의 탯줄'인 알혼섬도 방문

생김새 꼭 같은 브리야트族 만나 강강술래 유사한 전통춤 배워

원코리아 뉴라시아(One Korea, New-eurasia) 자전거 평화 원정대가 '시베리아의 진주'로 불리는 바이칼(Baikal) 호수에서 자전거 라이딩(riding)을 펼쳤다. 원정대는 지난 4~5일 이틀 동안 '한민족의 기원지'로 알려진 러시아 바이칼호 내 알혼섬과 그 주변에서 대장정의 성공과 한반도 평화, 한민족의 번영을 기원하는 행사도 가졌다.

바이칼호는 2500만년 전에 형성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로 알려져 있다. 남북 길이가 636㎞, 총 둘레는 2200㎞에 달하며, 면적은 한국의 3분의 1 정도인 3만1500㎢이다. 수심이 최고 1700m에 이르고, 지구 담수(淡水)의 약 20%를 담고 있다. 호수에 22개의 섬이 있는데 가장 큰 것이 알혼섬이다. 시베리아 한가운데에 있는 청정 수역으로 물밑 가시거리가 최고 40m나 될 정도로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2500종이 넘는 동식물이 서식하며 진화론적으로 연구 가치가 높아 '러시아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린다.
원정대는 알혼섬의 울퉁불퉁한 산길을 넘어 쪽빛 호수와 맞닿은 드넓은 초원을 내달렸다. 김창호 원정대장은 "때묻지 않은 자연미의 정수(精髓)"라며 "1만5000㎞ 전체 유라시아 여정 중 가장 아름다운 라이딩 코스"라고 말했다.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원정대원들이 지난 5일(현지 시각)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호수인 러시아 바이칼호 알혼섬에서 페달을 밟고 있다.‘한민족의 기원지’로 알려진 알혼섬에선 한국의 서낭당이나 장승 같은 무속신앙의 상징물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오종찬 기자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원정대원들이 지난 5일(현지 시각)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호수인 러시아 바이칼호 알혼섬에서 페달을 밟고 있다.‘한민족의 기원지’로 알려진 알혼섬에선 한국의 서낭당이나 장승 같은 무속신앙의 상징물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오종찬 기자
 
 
원정대의 알혼섬 방문엔 바이칼호와 몽골족 역사 전문가인 박원길 한국몽골학회 이사장이 동행, 바이칼 호수가 우리 민족에게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바이칼 알혼섬은 한마디로 배달민족의 고향"이라며 "한민족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바이칼에서 시작됐다는 증거를 몽골 역사서와 전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샤머니즘의 성소(聖所)'로 불리는 알혼섬은 한국의 서낭당이나 장승 같은 무속신앙의 상징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비한 장소로 꼽히고, 한민족 기원의 상징물처럼 여겨지는 '부르한 바위'에 도착한 박영석·황인범·최병화 대원은 얼음장 같은 호숫물로 뛰어들었다. 최병화 대원은 "바이칼의 좋은 기운을 받아 원정대가 북한을 통과해 서울까지 가도록 해달라고 빌었다"고 했다.

지난 3일(현지 시각)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김창호 원정대장이 호텔 앞까지 마중 나온 고려인과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지난 3일(현지 시각)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김창호 원정대장이 호텔 앞까지 마중 나온 고려인과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원정대는 알혼섬에 도착하기 직전 이르쿠츠크에서 약 70㎞ 떨어진 '브리야트족 민속 박물관'을 방문했다. 브리야트족은 한국인과 생김새는 물론 DNA 구조까지 가장 유사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대원들은 브리야트 원주민과 어울려 전통 씨름을 하고, 우리나라 '강강술래'처럼 여러 사람이 둥글게 서서 손을 맞잡고 빙빙 도는 '요호르' 춤도 함께 췄다.

원정대가 독일 베를린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간다는 얘기를 들은 브리야트족 샤먼(shaman·무속인)은 안전한 여정을 기원하면서 "우랏샤!"(브리야트어로 '앞으로'라는 뜻)라는 주문을 외쳤다.

뉴라시아 원정대 ‘한민족 기원지’ 바이칼호에 몸 던지다 -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원정대의 최병화 대원(연세대 체육교육과 재학·해병대 출신)이 지난 4일 ‘한민족의 기원지’로 알려져 있는 러시아 바이칼호(湖) 내 알혼 섬에서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3도나 됐지만, 대원들은 “바이칼의 기운을 받겠다”며 얼음장 같은 물에 앞다퉈 몸을 던졌다. /오종찬 기자
뉴라시아 원정대 ‘한민족 기원지’ 바이칼호에 몸 던지다 -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 원정대의 최병화 대원(연세대 체육교육과 재학·해병대 출신)이 지난 4일 ‘한민족의 기원지’로 알려져 있는 러시아 바이칼호(湖) 내 알혼 섬에서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3도나 됐지만, 대원들은 “바이칼의 기운을 받겠다”며 얼음장 같은 물에 앞다퉈 몸을 던졌다. /오종찬 기자
원정대는 개천절인 지난 3일 이르쿠츠크 한국 총영사관이 연 '대한민국 국경일 축하 리셉션'에서 이르쿠츠크주(州)·시(市) 관계자와 현지 주민, 우리 교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박정남 총영사는 "원정대가 시베리아를 건너 유럽까지 육로로 달리고픈 한국인의 오랜 꿈을 실현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외교부 이르쿠츠크 대표부의 류드밀라 쿠르바토바 대표는 "원정대의 진취적인 도전을 보면서 한국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바이칼호를 따라 이동 중인 원정대는 바이칼스크를 거쳐 7일 오후 탄호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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