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한국 정부에 주한 미 2사단 예하 210 화력여단을 한강 이북에 계속 잔류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미2사단은 지난 2002년 체결한 '연합토지관리계획(LPP)협정' 등에 따라 2016년 말까지 평택미군기지로 이전하게 돼 있어 정부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18일 "미국측은 210화력여단이 평택으로 이전할 시 전쟁 초기 방사포 등을 대량 보유한 북한군의 대화력전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이유로 한강 이북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며 "LPP는 계획대로 실시되기에 대안을 고민중이나 아직 결론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PP는 국회 비준까지 받았기 때문에 원칙대로 진행된다"면서도 "분·초를 다투는 개전초 대응과 210화력여단의 역할 등을 고려해 방식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6∼17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6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고위급회의와 본회의에서 210화력여단과 연합사 잔류에 대한 의사를 강력히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210 화력여단은 다연장로켓(MLRS), 전술지대지 미사일(ATACMS), 신형 M1에이브럼스 전차, B2브래들리 장갑차 등의 화력과 2000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210 화력여단은 북한의 방사포 진지 등을 무력화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사실상 '인계철선'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 측도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입장에 공감하나 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 협상과 맞물려 난처한 입장이다. 정부는 미국에 2015년 말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시기를 안보 관련 전제 조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5~7년 후로 미뤄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 측은 한미간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로 존속하게 된 한미연합사령부도 전작권 전환 전까지는 용산기지에 잔류하는 것을 희망해왔다. 연합사가 현재 규모로 서울에 남는 것이 우리 국방부와 합참 등과의 업무협조 및 유사시 대응에 유리하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정부도 최근 전작권 전환까지 연합사 일부를 잔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사가 서울에 잔류하면 연합사령관을 비롯 주한미군의 주요 참모와 지휘관의 관사 등도 용산기지에 남기 때문에 용산기지이전계획(YRP)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LPP와 YRP에 따르면 210화력여단이나 연합사는 평택기지로 이전되게 되며 부지는 지자체에 매각된다. 각 지자체는 이미 부지를 공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계획을 수립한 상태여서 실제 210화력여단과 연합사가 잔류할 경우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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