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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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91·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이 "1950년 시작된 6·25 전쟁 때 미군이 평양~원산 정도에서 북진(北進)을 멈췄으면 한반도가 통일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발간한 책 '세계 질서(World Order)'에서 "중국이 한국전에 개입한 것은 연합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하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껴 대응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군이 한반도의 가장 좁은 부분인 평양~원산 라인에서 진격을 멈췄다면,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을 소멸시키면서 북한 인구의 90% 정도를 흡수해 통일한국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고, 국경을 놓고 중국과 문제가 될 소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마오쩌둥(毛澤東)은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에게 '미군이 평양~원산에서 멈춘다면 중국은 당장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는데, 압록강까지 진격하자 이를 중국에 대한 봉쇄 전략으로 보고 개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마오쩌둥은 미국이 한국을 점령하고 베트남과 주변국까지 침략할 것으로 봤고, 그 때문에 1592년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을 침략했을 당시 중국 지도자들이 택했던 전략을 되풀이했다"고 설명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평양에 이르자, 명나라가 4만여명의 지원군을 보낸 사실과 6·25 참전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어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대응과 한국전 때 미국이 경험했던 중국의 대응이 비슷한 점을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

6·25 전쟁에 대해 그는 "중국으로선 굴욕의 세기를 끝내고 세계 무대에 나서는 상징이기는 했지만, 의도하지 않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전쟁에는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당시 중국군 18만여명이 사망하는 등 전쟁의 참화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유엔안보리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통 입장을 가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엔 결의에 따라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만큼 비핵화가 이뤄지는 상황에 대비해 양국이 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런 논의가 바로 양국 관계를 '신형 대국 관계'로 만들어가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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