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등 화해 무드 조성
南은 이산 상봉이 최우선 의제… 北은 경제 이득 취하려 할 듯
회담 주도권 잡기 신경전 예상

북한이 맹비난해온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지난 28일 끝나고 추석이 다가오면서 냉각된 남북 관계가 이달 중 전기(轉機)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19일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하고, 당초 불참 입장이던 북 응원단도 올 경우 남북의 접촉면이 커지며 자연스럽게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정부가 지난 11일 북한에 제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을 북한이 수용할지 여부다. 3주가 지나도록 북한은 침묵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을 접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이 선뜻 받지 못한 것은 UFG 연습기간인 19일에 보자고 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추석을 전후해 접촉을 역제의해 올 수 있다"고 했다.
2005년 8월 아시아육상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북한 응원단이 짝짜기 응원을 하고 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선 북 응원단 파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조선일보DB
2005년 8월 아시아육상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북한 응원단이 짝짜기 응원을 하고 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선 북 응원단 파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조선일보DB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는 지난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명의의 조화(弔花)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에게 전달하면서 "군사훈련(UFG 연습)도 왜 하필이면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느냐"고 했다. 날짜만 맞았으면 받을 수 있었다는 뉘앙스였다.

접촉이 성사될 경우 의제를 놓고 남북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측의 최우선 의제는 이산가족 상봉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회성 만남이 아닌 상봉의 정례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동의하는 대가로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요구하며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는 제재 해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5·24 조치의 완전 해제는 어렵지만 북한 영유아 지원이라든지 5·24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갈 수는 있다"고 했다.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 파견이 성사되면 경색된 남북 관계가 상당 부분 누그러지고 대화 국면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2일 "11일부터 6차례에 걸쳐 서해 직항로를 통해 선수단을 인천에 수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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