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국방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고성윤 국방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다음 달 19일부터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미녀 응원단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9년 만이다. 응원단 규모도 300명이 넘을 모양이다. 그들은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우리 가슴속을 파고들려 할 것이며, 국제사회를 향해 '평화 메시지'도 날릴 것이다.

북한이 노리는 단기적 목표는 '평화 공세'로 한국 정부를 압박, 5·24조치 해제와 북한 관광 재개 등 실리를 취할 요량이다. 무력시위로 '긴장 강도'를 높여놓고 이제는 미인계 '한 방'으로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심보가 읽힌다. 한편, 장기적 차원의 목표는 대북 경계심을 이완시켜 '통일전선전략'의 전초기지를 재구축할 심산이다. 친북·종북주의자의 정치세력화가 그 중심에 있다. 우리 군 내부에 혐군(嫌軍) 사조를 확산, 군기강을 어지럽히고 한·미 군사동맹의 근간도 허물고자 한다.

그런데 '화전(和戰)' 경계선을 넘나드는 그들의 조급함과 더 빈번해진 도발은 무엇을 뜻할까.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사실 북한 형편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이라 할 만하다. 제재의 장기화 여파와 함께 한·중 관계 심화로 정치적으로도 어려운 국면이다. 김정은은 지도자로서 가시적 성과도 내야 하는데 도발 강도를 높이고 버티면 양보해주던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문제다. 일본과 러시아를 이용해 실리를 취하고자 하나 이 또한 실속이 없다. 결국은 기댈 곳이 남한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할 우리 정부로서도 돌파구를 찾을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간 충분한 학습을 통해 숨은 의도를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색안경을 쓰고 응원단을 볼 필요는 없다. 경계는 하되 의연하게 그들을 대하자는 것이다. 미녀 응원단을 우리의 '안보 보조제'이자 아시안게임의 풍성함을 견인할 '치어리더'로 삼도록 하면 된다. 그들에게 보여줄 것은 우리 사회의 자신감 넘치는 건강함과 두루 포용하는 관대함이다. 이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이기도 하다. 미녀 응원단이 대남 정치심리전의 전위대가 아니라 '통일 전령'으로 역할하도록 지혜를 모으자. 그들이 자유의 가치를 느끼고 사람답게 사는 모습을 마음에 담고 가면 충분치 않겠는가. 접촉을 통한 변화를 만들어갈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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