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속철이 씨줄·날줄처럼 얽혀 무서운 속도로 외연을 늘리고 있다. 북쪽으로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서쪽으로는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며, 남쪽으로는 동남아시아 주요국을 연결하는 노선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신(新)실크로드 구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3월 고대 실크로드 종착지인 프랑스 리옹과 현재 물류 중심지인 독일 뒤스부르크를 방문한 것도 신실크로드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의 연장선이다.

시진핑 지도부가 앞으로 10년간 추진할 신실크로드 구상은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실크로드 철도망이 뚫리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유럽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와 교역할 때 물류비 절감과 수월한 원·부자재 조달을 기대할 수 있다.

또 기존 대중 수출 기업도 신실크로드를 활용하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유럽·중앙아·동남아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우리 정부가 표방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신실크로드 구상 간의 연계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달 시진핑 주석이 방한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신실크로드 구상 간에 연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면 한·중은 도로·철도·전력망·가스관·송유관 연결과 관련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한국이 신실크로드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는 물류 복합 센터로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에너지 조달에도 유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우리가 신실크로드 구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상 최초로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이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 따른 물류비 절감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거대한 물류망이 구축된다면 중국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더욱 싼 비용으로 상품을 거래하고 원·부자재를 조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적 물류망 속에서 한국만 북한을 경계로 유라시아에 홀로 떨어진 반도로 남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신실크로드 구상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한국의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