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접근 '강한 변화' 기류...이산가족상봉 제안 전망, 5·24조치 언급 배제 못해
고위급접촉 제안 이유 ‘대화주도권 강화’...‘통큰 제안’ 없을 것 주장도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4.7.14/뉴스1 © News1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4.7.14/뉴스1 © News1
우리 정부가 11일 박근혜 정부들어 처음으로 북한에 먼저 남북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는 등 남북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담길 대북메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9시께 제 1차 남북고위급 접촉 남측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북한 측에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5·24 대북제재 조치해제는 물론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관련 내용도 8·15경축사에 담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많았다. 무엇보다 북측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북측은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일 방문 당시 제시안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흡수통일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또 미사일 발사와 포 사격 훈련 등을 포함한 북측의 대남(對南) 도발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축사와 관련, 당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남북간 민족동질성 회복, 대북 민생인프라 구축, 인도적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드레스덴 구상을 거듭 강조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이날 아무런 사전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남북 고위급 접촉을 북에 제안하면서, 8·15 경축사도 남북관계 개선에 보다 적극성을 띨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과 경축사에 포함될 대북 제안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경축사에 추석을 계기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북측에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비롯한 쌍방의 관심사항을 논의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다음 달로 예정된 아시안게임 북측 선수단 및 응원단 참가 내용도 경축사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양측은 지난달 가진 실무접촉이 결렬된 이후 서로 추가 실무접촉 제의를 미루며 '기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이상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상호협력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축사에 5·24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관련한 언급이 포함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우선 우리 측이 제안한 남북 고위급 접촉 일자가 19일로 광복절 이후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남북 고위급 접촉에 앞서 선제적으로 5·24조치 관련 발언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정부는 북측이 고위급 접촉에서 5·24조치 문제를 제기하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8·15 경축사에 이 내용을 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격적으로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배경에는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라며 5·24 조치 관련 내용이 경축사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대내외적으로 남북 대화 재개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게 그 이유다.

우선 오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고, 다음 달에는 2014 아시안 게임에 북한이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키로 결정하는 등 남북 관계 개선이 최적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자신의 '통일대박' 구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11일 그 첫 작업 중 하나로 드레스덴 대북선언에 포함된 모자패키지 사업과 관련 북한에 1330만 달러(한화 약 137억 원) 규모를 지원키로 했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제안도 통일준비위원회가 첫 회의를 가진지 나흘 만에 나온 것으로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고위급 접촉 제안 이유 ‘관계개선’보다 ‘대화주도권 강화’ 주장도

청와대와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고위급 접촉 제안 배경으로 '남북관계 개선' 보다는 '남북대화 주도권 강화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8.15 경축사에는 남북 이산가족상봉 제안을 넘어서는 대북제안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드레스덴 대북제안을 통해 대북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국방위 대변인 담화를 통해 "드레스덴 선언은 흡수통일 논리이자 황당무계한 궤변"이라며 이에 대해 배격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잇따라 터진 세월호 참사 등 국내적 정치상황으로 대북정책은 일시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났고, 박근혜 정부 중반기 대북정책인 드레스덴 선언도 추진력을 잃게 됐다.

지난 5월 북한이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의지를 밝힌데 이어 대규모 선수·응원단을 파견하겠다며 평화공세에 나선 순간 정부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드레스덴 선언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북한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외치며 선제공격 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필두로 한 대대적인 평화공세 가능성을 미처 예상치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일정과 광복절이 연이어 있었던 점은 정부 입장에선 남북관계 주도권을 남측으로 가져올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북한에 대화를 재개하자고 제안한 뒤 교황 방한을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준 다음 광복절 대북 메시지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는 효과적 전략 수립이 가능하게 때문.

'남북대화 제의-교황방한-광복절'의 흐름으로 남북관계 주도권을 우리측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북한으로서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일정이 끝나고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담길 대북 메시지까지 기다린 뒤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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