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7일 위원장인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첫 회의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 목표는 평화통일이며 북한의 고립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통준위가 통일이라는 낯선 여정에 스마트하고 정확한 내비게이션(길 안내자)이 돼주기 바란다"고 했다. 정종욱 민간부위원장은 이날 통준위의 주요 과제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통일 헌장(憲章) 제정 검토' '생활 속에 녹아드는 실천과제 발굴' '통일시대를 견인할 신경제성장 모델 제시' '민(民)·관(官)·연(硏) 간의 협업 네트워크 구축 및 통일 호민관 역할'을 제시했다.

모두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이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통일 헌장' 제정이다. 통일 헌장은 통일의 민족사적 당위성과 그 길로 나아가는 국민의 자세와 역할, 통일 방식, 통일 한국이 지향하는 정치·외교·경제적 비전과 가치,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발전에 기여할 의미를 담아야 한다. 박 대통령 말대로 통일로 가는 길을 찾아가는 내비게이션이자 '통일 장전(章典)'이다.

정치권과 학계에선 오래전부터 통일 헌장 제정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통일의 가치·철학·원칙·전략 등에 대해 국민 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통일 헌장을 만들어 선포함으로써 우리의 통일 의지와 비전을 북한을 비롯한 세계에 알리고 인식시켜야 한다"는 뜻이었다. "통일에 대해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인 젊은 세대를 교육하는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북한도 대남 선전 차원이기는 하지만 지난 1997년부터 '김일성의 유훈'이라며 이른바 '조국통일 3대 헌장'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통일을 주도해야 할 우리 정부에서 통일 헌장 제정 작업은 거의 진전되지 않았다. 우리 내부의 이념·노선 대립, 북한의 반발, 주변국들의 시선 등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통일 헌장의 핵심 내용이랄 수 있는 통일 방안도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이번에도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통일 헌장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분단 이후 지난 70년 가까이 우리 내부를 갈라놓았고 지금도 언제든지 갈등의 불을 붙일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모으는 일이기 때문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도 '국민적 합의'라는 대원칙이 무너지면 통일 헌장은 빛을 잃고 만다. 어떤 비용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이 정권에서 안 되면 다음 정권이 하면 된다는 자세까지 가져야 한다. 대통령이 이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조정하고 중재하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야권도 원심력이 아니라 구심력(求心力)으로 호응했으면 한다. 국민 전체의 합의에 의한 통일 헌장이 탄생했다는 그 자체가 통일을 앞당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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