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우리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이라는 국가의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체제가 조만간 동유럽 공산당 정부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될까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주민들이 김씨왕조 정권의 붕괴 이후 생활을 준비한다고 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정은과 북한 귀족간부들의 퇴진 이후에 그들의 삶을 만족시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상 북한 사람들은 돈이 있다고 해도 마땅히 투자할 방법이 없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도 주택 거래가 활발해졌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도 불법이긴 하지만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률적으로만 따지면 입사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실소유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과거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 국가의 경험을 보았을 때, 국가주택에서 살던 사람들은 민주혁명 이후에도 실소유자의 지위를 인정 받았습니다. 아마 북한도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주택 문화수준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남한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북한 주택의 대부분은 시설과 품질 면에서 너무 낙후되어 있습니다. 통일 이후에 북한의 건물 대부분은 철거되고 새로운 주택이 건설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거될 집에 사는 사람들은 큰 보상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는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의 대도시에서 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북한에서도 부동산이나 물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자녀교육입니다. 소련에서도, 또 동유럽에서도 공산당 붕괴 이후 잘 사는 사람들은 기술과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옛 공산당 간부로 지내던 사람들도 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공산당 시대에 맛보았던 권력을 이용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성공적인 사업가나 정치인들이 되고, 간부로도 남았습니다. 당 일꾼이나 보위원 출신들이 아닌 경우에는 그래도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잘 살 수 있었습니다.

제 장인어른의 사례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소련 시대에도 건설 기술자로 알려졌던 사람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너무나도 성공적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지금 러시아에서 좋은 기술자이며, 인정을 많이 받고 돈을 잘 벌고 있습니다. 장인은 거의 75세에 가깝지만 아직도 열심히 일하고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뿐만 아니라 공산당 시대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생활수준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것은 늙은 사람들이 그렇고, 젊은 사람들을 보면 이러한 특성을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소련 붕괴 직후의 혼란스러운 과도기는 10여 년 전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이후 제일 성공적인 사람들은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앞으로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사람들이 돈과 능력이 있다면 제일 좋은 투자는 부동산이나 외화가 아니라 자녀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지금 좋은 교육을 받으면 김정은 정권이 그대로 남아있을 경우에도 재미있게 보람차게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체제가 무너질 경우에도 보다 더 보람차게, 더 재미있게 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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