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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식당'과 단고기국집탈북여성 1호박사 이애란의 북한통신 21편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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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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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한국에 와서 살면서 가장 생소했던 것 중에 하나가 삼복에는 몸보신을 위해 특별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초복날이나 중복, 말복이 되면 삼계탕집이나 보신탕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게 되는데 탈북자들에게는 사실 생소한 장면이다. 그리고 한국의 언론들에선 북한에서 삼복에 무슨 음식을 먹느냐고 자꾸만 묻는다.

참 대답하기 곤란하다. 왜냐하면 북한주민들이 언제 삼복에 음식을 찾아서 먹은 적이 있으며 삼복에 먹을 만 한 음식이 있었는가? 북한 주민들은 강냉이밥이라도 잘 먹으면 그게 행복이었다. 고기는 특별한 날 아주 조금 맛 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다. ‘고기 먹는 이빨을 빼고 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이다.

일부 탈북자들이 가끔 먹을 수 있었던 음식에 대해 말하면 한국 언론들은 그것이 북한 주민들의 전체 상황인양 보도를 한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현실이 왜곡되는 것같아 괴롭다.

그동안 삼복더위 음식과 관련하여 한국 언론에 단고기(개고기)와 토끼고기가 많이 소개되었는데 사실 북한에서 단고기를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주민은 10%가 안 된다.

북한에서는 개 가죽을 충성의 외화벌이 과제로 내야하기 때문에 농촌 지역에서 개를 기르기는 하지만 개를 먹이려면 사료 값이 많이 들어 한해에 개 한 마리 키우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그 만큼 개고기 값도 무척 비싸다. 개를 기르는 이들도 팔아서 당장 급한 식량을 구입하거나 아들딸 시집 보낼 준비를 하든지, 아니면 생활을 위해 급히 필요한 다른 물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 몸 보신을 위해 단고기를 먹을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뉴월 개장국물은 발잔등에만 떨어져도 약이 된다’는 세간의 속설에도 불구하고 군침을 뚝뚝 흘리며 개를 팔아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팔린 개는 어디로 가는가?

북한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상행위가 금지돼 있지만 1980년대부터 국가에서 허용해주는 가내식당 형태의 개인식당이 존재하고 있다. 1980년대 국영식당에서 강냉이국수 한 그릇이 2원 정도 할 때 개인이 운영하는 가내식당에서는 10원 이상을 받았다.

대부분의 단고기국집도 가내식당으로 운영되는데 가내식당의 음식가격은 국영식당의 몇 배 또는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이런 식당을 ‘강도식당’이라고 불렀다. 물론 강도식당의 음식은 값이 비싼 대신 국영식당보다 훨씬 맛이 있다.

가내식당은 지방 행정위원회라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허가를 내주는데 절차가 까다롭고 허가도 잘 내주지 않는다. 가내식당 허가를 얻으려면 친인척 중에 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압력을 넣어주거나 돈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강도식당에 드나들 수 있는 사람도 극히 제한돼 있다. 안전원(경찰) 중에서도 단속 위주의 업무를 하는 안전부 감찰과나 수사과, 안전부 기동대 같은 곳의 사람들이나 검찰소나 당기관의 세도가들이 주류 고객이다. 일반인들로는 무역업에 종사하거나 밀수를 광범위하게 하는 밀수꾼, 지역 깡패 등이 강도식당의 단골고객이다.

나는 북한에 33년을 살았지만 닭곰탕을 딱 한번 먹어본 적이 있고 단고기국은 평양에 살 때 몇 번 먹어봤다. 평양에서 추방된 후 집에서 개를 기른 적이 있지만 계속 개를 팔아 돈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먹은 적이 없었다. 1997년에 청진에 출장을 갔다가 동생 등과 함께 청진역 앞에 있는 강도식당에서 단고기국을 한번 사먹은 적이 있다. 우리가 그날 먹은 단고기국은 한 그릇에 250원이었다. 5명이 먹었더니 한 끼 식사 값으로 1250원이 지출되었다. 내가 국가에서 받는 월급의 10배 쯤에 해당하는 비용을 한 끼 식사 값으로 지출했던 것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었던 옆방에는 무역업자와 검찰소 검사, 안전원이 단고기 수육에 북경맥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3명의 식사 값이 5000원이 나왔다. 당시 5000원이면 쌀을 50킬로그램 이상을 살 수 있는 금액으로, 5인 가족의 3개월 생활비에 해당했다.

지금은 물가가 올라 단고기국은 2만5000원이고 단고기 수육은 5만원 정도를 들여야 맛 볼 수 있다고 한다. 북한 일반 주민의 한 달 생활비가 4000원 정도인데 무슨 수로 단고기 맛을 볼 수 있겠는가?

여름철에 직장인들이 개나 양, 염소를 한 마리씩 잡아 싣고 시원한 곳으로 천렵을 떠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도 그 직장이 먹을 게 있는 권력기관이어야 가능하지, 일반 노동자들에겐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토끼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물론 나라에서 토끼 가죽을 내라고 해서 토끼를 키우기는 하지만, 토끼가 워낙 풀을 많이 먹어서 한꺼번에 많은 토끼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 토끼 3마리만 집에 있어도 하루 종일 토끼풀을 뜯으러 다녀할 정도로 토끼는 사료소비량이 많다.

토끼풀이 없으면 사람들이 먹는 밥을 토끼와 함께 나눠야 하는데,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쉬운 일이겠는가. 이렇게 키우기가 쉽지 않은 만큼 잘 키운 토끼는 장마당에 내다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토끼를 잡아먹을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주민은 별로 없다.

북한 주민들에게 삼복은 그야말로 땀 흘리며 헐떡거리는 고행일 뿐, 보신탕이나 몸보신은 그림에 떡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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