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15일 민간(民間) 전문가 30명을 포함한 위원 50명으로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정종욱 전 중국 대사가 민간 부위원장을 맡는다.

통일과 북한 문제야말로 국민 통합이 절실한 분야이지만 우리 사회는 거꾸로 여기에서 이념 분열, 좌우 분열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양자택일식의 대북 정책으로 치달으면서 갈등은 더 확대돼 왔다.

이번에 위촉된 민간 위원 30명 가운데는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김성재 연세대 석좌교수 등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이 분야 정책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사람이 여럿 포함돼 있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에서도 우윤근 정책위의장이 참여했다. 이들이 함께 모여 통일 준비를 논의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통일준비위에 적지 않은 기대를 갖게 한다.

앞으로 논의엔 많은 진통이 있을 것이다. 논의가 구체화될수록 생각이 크게 갈라질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앞서서 다른 생각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는 과정이 갖는 의미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 발짝씩 내딛는 심정으로, 향후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참조하게 될 전범(典範)을 만든다는 각오로 접근해야 통일준비위가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정권 임기 내에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야권 참여 인사들은 비타협적 자세를 갖지 말아야 한다. 통일준비위만큼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만들어졌다가 없어졌던 위원회 중 하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꽉 막힌 남북 관계 속에서 이런 준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냉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통일은 예고하고 다가오지 않는다. 지금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는 그런 통일의 불가측성(不可測性)을 더욱 절감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 처한 우리가 이제라도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초당적(超黨的) 국가 전략을 위해 통일준비위를 출범시키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그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통일은 벼락같이 올 수도 있고, 길고 지루한 과정을 통해서 올 수도 있다. 그 사이엔 많은 경우가 있을 것이고, 그 모든 경우가 다 우리에겐 사활(死活)이 걸린 문제다. 통일준비위 위원 모두가 어깨에 역사를 짊어졌다는 자세로 논의에 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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