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워싱턴-정영 jungy@rfa.org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대북 민간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장실 때문에 아주 난감했다는 불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황해도 지방의 고아시설을 방문했던 미국의 한 지원단체 관계자는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들어갔던 외국인들이 상당히 난감했다”면서 “특히 서방 여성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경험이었다”고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미국의 자선단체 일원으로 방북했던 그는 “함께 갔던 미국 여성은 코를 막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와 말을 못하더라”면서 “나도 무심결에 가봤는데 악취가 너무 진동해 눈물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근 5년째 황해도 지방을 다녀온다는 이 관계자는 지방의 고아시설에 보통 3일가량 머무르는 데 제일 걱정하는 게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거기 있는 동안 볼일을 보지 않으려고 음식을 조절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북한이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려놓은 특수시설에도 화장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그는 평양에 체류하는 동안 호텔방에서 수세식 변기, 즉 볼일 본 다음 물로 씻어 내리는 변기를 써서 불편이 없었다면서 지방에 나가있을 때마다 화장실 때문에 애먹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황해북도 사리원시에 있는 애육원 시설을 방문했던 60대의 한 재미교포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면서 당시 북한 주민들은 공동화장실 바로 아래에 시금치와 상추 등 야채를 심어 먹고 있는데, 그래서 각종 질병이 창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평양은 최근 2년 사이 상당히 많이 변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실제 문명국이 되려면 화장실부터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고 지적했습니다.

외국인들이 화장실 하나만 보고도 북한의 위생상식이나 위생시설이 후진국 수준임을 느끼게 된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평양의 고급 아파트나 호텔 등 특권시설에는 수세식 변기를 설치해놓고 있지만, 아직 수도의 웬만한 주택가에도 재래식 공동 화장실이 많습니다.

북한에서 화장실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매년 과도하게 벌이는 퇴비생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5년 전에 탈북해 미국 동부에 정착해 사는 한금화씨의 말입니다.

탈북자 한금화씨: 봄마다 겨울마다 분토 모우기 하고, 또 퇴비를 실어내가고 이렇게 해마다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면 운명적인 발전이 없다고 봐야지요.

그는 “화장실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그 사회가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북한의 화장실 문화가 변해야 사람들이 위생적으로 깨끗해지고 문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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