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8일(한국 시각) 브라질 꾸이아바시 아레나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H조 러시아와의 첫경기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근호가 첫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이청용/ 조선DB
2014년 6월 18일(한국 시각) 브라질 꾸이아바시 아레나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H조 러시아와의 첫경기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근호가 첫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왼쪽은 이청용/ 조선DB

북한 당국이 TV를 통해 월드컵 축구경기를 연일 중계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과 러시아와의 경기는 방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중 국경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은 국경지역(북한 신의주, 혜산 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국TV(채널 29)를 통해, 평양·남포·함흥 등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한국의 공중파 방송을 통해 한-러 전을 비롯한 경기 전반을 관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남포와 평성, 함흥 등지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주로 일본산 TV에서 남조선 방송이 잡히고 있으며, 텔레비죤 구입 당시 당국에 등록하고 채널을 북한식(PAL)으로 변경하지 않을 경우 위험 부담은 있지만 남조선 텔레비죤 시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래는 20일 새벽 신의주 소식통이 기자와 나눈 통화 내용 중 일부.

Q: 지금 그쪽에서 월드컵을 녹화중계 한다는데 그쪽 반응 어때요?
A: 방영은 하는데, 전기가 안 들어와서 못 봐.

Q: 그럼 한 경기도 못 봤나요?
A: 브라질, 멕시코...잠간씩 보긴 했는데 관심별루 없지비. 남조선 꺼나 좀 보여주지...

Q: 남조선(경기)꺼 관심 있나요?
A: 그럼. 여기 사람들은 남조선(경기) 보고 싶어 해.

Q: 18일 아침에 러시아하고 경기 했는데 무승부로 끝났어요. 1대1.
A: 여기도 봤다는 사람 있어. 이근혼지 뭔지가 한 꼴 넣었다메.

Q: 남조선 경기는 안 보여준다면서요?
A: 웃긴다. 여기서 중국텔레비죤 다 나와. 29통로(채널)에서. 그리구 평양, 남포쪽에서두 남조선 텔레비죤 다 나와. 텔레비죤 등록할 때 딴거(다른 TV) 하나 가지구 가서 등록하구...일본제 같은거 몰래 숨켜 놓고 보면 남조선 꺼 몽땅 다 나와.

Q: 그거 위험하지 않나요?
A: 위험하지. 이번에(한-러 전) 남조선 꼴 넣었을 때 몇 집에서 바떼리 놓고 보다가 와-하고 소리 질러서 (남조선 TV 보았다고)...보위지도원한테 불려다니는 사람도 있어. 흐...아새끼덜, 소린 왜 질러. 조용조용히 보지...

Q: 바떼리 소리가 나서 말인데, 월드컵 할 때도 전기 안주나요?
A: 니 지금 어느 나라 사람인데? 조선(북한) 떠난거 언제라구 다 까먹구 있제.

Q: 그냥 물어 본거예요.
A: 아침 6시~8시까지 전기 주구, 없어. 아예. 바떼리 있는 집만 보는 거지.

Q: 남조선(경기)꺼 또 해요. 23일 새벽 네 시에. 알제리 하구 하는데 어디 응원할꺼예요?
A: 남조선 해야지비. 남조선.

Q: 그래두 알제리가 북한하구 더 가깝지 않나요?
A: 사람 놀리나?

Q: 해 본 소리예요. 그냥.
A: 그래두 남조선 응원해야지, 남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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