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주간 프로그램 RFA 초대석>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정재은 과장. 사진-대한적십자사 제공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정재은 과장. 사진-대한적십자사 제공
 60여년 동안 꿈에서만 그리던 북녘의 혈육을 만난 남쪽 이산가족 상봉자들. 생존 이산가족 신청자 7만여명 중에 운이 좋게 뽑혀 지난 2월 하순 금강산에서 북쪽 가족을 만난 4백30여명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전에 한 번만이라도 보고 죽으면 여한이 없겠다던 그들이 다시는 혈육을 볼 수 없다는 현실에 허탈감과 무기력 심지어 불면증 등의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3월 대한적십자사가 처음으로 실시한 이산가족 상봉자들에 대한 건강 심리상태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것입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남북교류팀의 정재은 과장을 모시고 조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정재은 과장은 남북이산가족상봉이 처음 이뤄진 2000년 다음 해부터 올해 19차 상봉행사까지 13년째 이산가족상봉 사업의 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전수일: 19차 이산가족상봉이 2월 하순 마지막 주에 열렸고 한 달 뒤에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상봉가족들의 상봉후 건강 심리 상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런 설문조사는 처음입니까?

정재은 과장: 네. 공식적으로는 처음입니다.

전: 이런 설문조사를 한 취지는 무엇이었습니까?

정: 과거엔 상봉을 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봉자들의 민원을 듣다 보면 이분들이 상봉 후 재상봉이나 서신교환 등이 없으니 다시 북측 가족과 소식을 전하기 어려워 또 다른 단절감을 느끼고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과거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산가족들의 상봉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봉후의 그분들의 심리적 상태가 어떤지를 살피고 돕자는 취지에서 설문조사를 하게 됐습니다. 전화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전: 조사에서는 주로 어떤 질문을 하셨나요?

정: 크게 두가지입니다. 상봉후 이산가족들의 현재 상태와 관련한 것과 상봉 절차등에 관한 개선점이었습니다.

전: 상봉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꿈에 그리던 혈육을 보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라고 한 분들이니 상봉을 하고 나면 마음도 편하고 한을 풀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상봉 후에 한이 더 많이 늘어난 분도 있는 것 같네요. 어떤 답변들이었습니까?

이산가족 상봉 모습. 사진-대한적십자사 제공
이산가족 상봉 모습. 사진-대한적십자사 제공
정: 대다수의 상봉자들은 만족해 합니다. 응답자 73%는 여한이 없고 만족해 했습니다. 하지만 10명중 3명 정도는 상봉후 북쪽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생활에 실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희의 설문조사 시점이 상봉 한 달 지난 때인데도 이분들은 다시는 가족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함을 느끼시는 것이죠.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분들이 10.4%, 북한의 가족만 생각난다는 분들도 응답자의 10퍼센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북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생활에 적응이 힘들다는 분도 7.4%가 됐습니다.

전: 상봉행사의 개선점에 대한 답변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정: 이분들이 가장 많이 꼽은 개선점으로는 현재 상봉시간을 늘려달라는 것으로 44.8%나 됐습니다.  상봉기간동안 상봉시간을 나눠 구분하지 말고 가족과 함께 계속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39% 였습니다. 현재 이산가족 상봉 방식은 모두 6번을 만나는 것인데 시간으로 따지면 총 11시간입니다. 6회 동안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이동하는 데 따르는 불편한 점을 많이 지적했습니다. 현재 2박3일 상봉을 하는데 그 기간만이라도 자유롭게 가족들하고 시간 구분없이 만나면 좋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전: 상봉을 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시간 구분없이 만난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요?

정: 2박3일 동안 6회 만나는데 각 회마다 2시간씩 나눠서 만나고 헤어졌다 숙소로 이동하고 또 다시 만나고, 또 그것도 가족들끼리만 만나는 게 아니라 거의 공개된 장소에서 만납니다. 물론 가족별 상봉 시간도 있습니다. 각 숙소에서 개별상봉을 하는데 하지만 2시간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는 공개장소에서 모든 가족이 2시간 만난 뒤 북한 가족은 그쪽 숙소로, 남한 가족은 남쪽 숙소로 갔다가 휴식 후 다시 상봉장소로 와서 만나고 하는데 따르는 불평입니다. 이들이 고령이라서 휠체어를 타는 분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하기가 힘이 들다는 말씀이죠. 상봉 시간도 많은 게 아닌데 매회 오가는 걸 지양하고 2박3일 동안 자유롭게 가족들이 만나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전: 이산가족들이 원하시는 만큼 자유롭게 시간을 갖도록 하는 데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정: 문제는 없습니다만 상봉 방식은 북측과 사전 협의 된 것이라서 그렇게 해야됩니다.

전: 이산가족상봉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상봉가족들의 의견도 받았다고 하던데 어떤 것인가요?

정: 기본적으로 저희가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것이 가장 시급한지를 물은 것입니다. 그에 대한 답변에서 가장 먼저 꼽은 것은 편지교환을 제도화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북한 가족과 서신 교환하고 싶다는 분들이 52% 였습니다. 상봉 정례화가 그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상봉을 아직 하지 못한 분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제일 먼저 꼽는 것이 가족들의 생사확인인데 반해 이분들은 이미 상봉을 하셨기 때문에 편지교환을 꼽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상봉을 못한 분들은 우선 북쪽 가족에 대한 소식을 알고 싶다고 하시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전: 이산가족 상봉자들의 상봉 후 후유증은 남쪽만이 아니라 북쪽 가족들에게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분들을 위해 서신교환과 화상상봉으로 가족들을 이어주는 일을 북측 적십자사와 협의해 볼 수는 없습니까?

정: 이산가족들의 상봉후유증에 대한 조사는 저희가 시범적으로 처음 실시했습니다. 후유증에 대한 문제는 우리측 상봉자들에 관한 것이니까 북측과의 협의는 필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희는 남측 이산가족들을 위해 이들이 상봉 후 심리적 문제까지 돌보아 드린다는 차원에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 이산가족 상봉후 후유증을 겪는 분들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을 하고 계신지요.

정: 상봉자들에 대해 전화상담부터 합니다. 그 결과 49명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저희 대한적십자사의 전문상담사들이 이분들을 직접 방문해서 함께 예기를 듣고 그분들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돕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토로하신 노인들은 외롭기 때문에 저희 상담사들이 그들과 대화하고 그분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관찰하는 것 자체가 어르신들의 심적 스트레스의 자연적 치유를 돕는 활동이 됩니다.

전: 19차 이산가족 상봉을 어렵사리 성사시키고 끝냈습니다만 추후 이산가족상봉 재개에 대해 남북 양측 적십자사나 정부 당국간의 추진 노력이 있습니까?

정: 저희 대한적십자사는 계기가 있을 때마다 그런 제의는 항상 합니다. 남북 실무접촉이나 회담 등을 통해 제의합니다. 하지만 상대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저희가 원하는 만큼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전: 이산가족상봉이 앞으로 열린다는 가정하에 계속해서 이런 상봉가족들에 대한 건강심리상태 조사를 할 계획인가요?

정: 설문조사 평가를 해보니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산가족 상봉이 끝나면 한 달 뒤에 이런 설문조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위 기사는 자유아시아방송 기사입니다. 홈페이지로 이동하시면 더 많은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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