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내 도라산역까지 1시간20분에 닿아
임진 철교 구간이 백미…연내 청량리~백마고지 개통

지난 4일 개통된 DMZ 열차가 도라산역에 정차해 있다. / 사진=코레일 © News1
지난 4일 개통된 DMZ 열차가 도라산역에 정차해 있다. / 사진=코레일 © News1

"평화의 염원을 담은 열차를 타게 되다니, 통일이 정말 눈 앞에 온 거 같네요."(DMZ 열차 관광객)

지난 9일 오전 8시 서울역 11번 플랫폼은 도라산역으로 향하는 DMZ 트레인(열차)를 타기 위해 몰려든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삼삼오오 몰려든 이들은 KTX 등 기존 열차와 사뭇 다른 DMZ 열차의 외관을 살펴보느라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등 분주했다. 친환경을 상징하는 연두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유니폼을 맞춰 입은 승무원들의 표정도 상기돼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노년의 어른까지. 남한의 최북단역 도라산역으로 열차를 타고 이동한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도라산역은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내에 있는 역으로 2009년 말 관광객의 월북 시도가 있은 뒤 2010년 6월부터 일반 관광이 전면 금지됐다. 그러다 최근 통일 바람을 타고 코레일이 서울역과 도라산역을 오가는 DMZ 열차를 4일 개통하면서 운행이 재개됐다. 이 역은 남한의 최북단 역이자 통일이 되면 북한과 유라시아로 가는 첫번째 역이라는 상징성도 지니고 있다.

오전 8시30분. 덜컹거리며 DMZ 열차가 정시에 출발했다. 도심을 뚫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녘이 나타났다. 여름을 서서히 품어가는 들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승무원의 안내가 나온다. 열차 내 곳곳에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화의 상징 바람개비가 수놓아진 DMZ 좌석과 내부. 관광객들이 창밖을 감상하고 있다. © News1
평화의 상징 바람개비가 수놓아진 DMZ 좌석과 내부. 관광객들이 창밖을 감상하고 있다. © News1

실제 총 3량(3개 열차칸)으로 구성된 DMZ 열차는 평화실, 화합실, 사랑실로 구성됐다. 1호차 평화실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증기기관차를 모티브로 장식됐다. 2호차 화합실은 남과 북의 화합을, 3호차는 평화와 사랑을 담았다. 1호차와 3호차의 바닥은 평화누리 공원의 연꽃을 담았고 천정은 물리적 휴전선을 뛰어넘는다는 의미의 '풍선'을 형상화했다.

이 열차에는 전망석과 포토존, 사진갤러리 등이 마련돼 있다. 특히 사진갤러리의 경우 각 객실마다 전쟁과 생태, 기차 등 150여개 사진이 테마별로 전시돼 있어 추억과 볼거리를 선사한다.

열차 안을 둘러보다 보면 1시간10분이라는 승차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도라산역은 민통선 내에 있기 때문에 임진강역에 내려 한 차례 인원 파악이 진행된다. 이 역에서 관광목적을 기입한 출입신청서를 내고 신원 확인, 인원 파악 등이 이뤄진다. 이 과정은 꽤나 철저하다. 1명이라도 출입신청서 숫자와 실제 인원에 차이가 있으면 열차는 출발하지 못한다. 이날도 몇차례 확인을 거듭한 뒤에야 열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다소 까다로운 절차로 어수선할 무렵, 익숙한 노래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 나왔다. 바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OST 에필로그다. 기억 저너머에 있던 영화 장면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있는데 승무원의 추가 해설이 이어진다.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으로 향하는 임진강 철교 건너편에 보이는 구 교각들이 한국전쟁 당시 파괴됐다는 것이다. 원래 임진강 철교는 2개의 다리가 나란히 있었으나 전쟁 당시 하나가 파괴돼 철교 교각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태다.

DMZ 열차가 임진강 철교를 지나고 있다. 그 옆으로 한국전쟁으로 무너진 철교가 보인다. © News1
DMZ 열차가 임진강 철교를 지나고 있다. 그 옆으로 한국전쟁으로 무너진 철교가 보인다. © News1

여행이라는 설렘으로 잊었던 한국전쟁의 아픔이 다시금 생생하게 다가오기라도 한듯 도란도란 들리던 이야기들도 어느덧 잦아들고 열차안은 고요하고 숙연해진다. 손을 맞잡은 노 부부가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도 보인다. 그 순간을 간직하겠다는 듯이 열차는 아주 천천히 그 곳을 미끄러져 나간다.

10여분 뒤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남한의 최북단 역까지 오는 데 고작 1시간20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한편으로 슬프게 여겨질 정도다. 도라산역에 도착하면 도라산전망대와 도라산평화공원 등을 자유롭게 관광이 가능하다. 도라산전망대는 남측의 최북단 전망대답게 개성 송학산과 김일성 동상, 개성시 변두리 등을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다. 도라산역에서 연계버스를 타고 1978년 발견된 '제3땅굴' 등을 관광할 수도 있다.

다만 도라산역은 민통선 내에 있기 때문에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의 인적사항이 적힌 표찰을 달아야 한다. 개개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자유롭게 관광을 즐기는 외국인들보다 철저한 관리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도라산역 관광을 마치고 임진강역으로 다시 나올 때에도 인원파악은 필수다. 민통선 내 일반인이 계속 머물러 있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또 오전 8시30분 열차를 타고 도라산역을 이용하면 반드시 12시10분 열차를 타고 나와야 한다. 이 열차를 타고 나올 경우 임진강역에 내려 주변 관광을 더 하거나 서울역으로 곧바로 오는 코스를 취사 선택할 수 있다.

DMZ 열차는 아직 절반의 개통이다. 현재 개통된 구간은 서울~도라산역 구간인 경의선이며 향후 청량리에서 백마고지역까지 가는 경원선도 하반기 중 개통될 예정이다. 백마고지역은 6.25 전쟁 이후 60년만에 복원돼 2012년 11월 개통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임진강 철교를 지날 때 느끼는 풍광은 DMZ 트레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이라며 "도라산 관광을 마치고 임진강으로 나오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증기기관차, 자유의 다리 등을 관광할 수 있고 연계교통을 활용해 자운서원, 헤이리 예술마을, 파주 출판단지도 관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에는 청량리~백마고지역 구간에도 DMZ 트레인이 운행된다"며 "강원도 곡창지대인 철원평야에도 철새들이 머물기 좋은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어 생태관광에 제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도라산 구간은 주중 8700원, 서울~임진강 구간은 주중 8400원에 판매 중이다. 주말에는 각각 8900원, 8600원이다. 코레일에서는 DMZ 열차 승차권만 팔기 때문에 도라산역에서 출발하는 안보관광이나 임진강역에서 운행하는 헤이리예술마을, 파주출판단지 관광 등을 경험하려면 다음달부터 판매되는 하루코스 패키지를 서울역 여행센터에서 구매하는 게 편리하다. 열차 승차권 구입은 일반 열차표와 동일하게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앱, 역 창구, 승차권 자동발매기 등을 이용하면 된다.

DMZ 열차(1단계, 경의선구간)는 하루 2차례, 오전 8시30분, 오후 1시40분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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