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북한은 국가 사회주의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개인 경제활동과 장마당에 의해 움직여지는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때부터 북한 사람들은 배급을 타는 것보다 장마당을 통해서 생계를 꾸리고 있습니다.

사실상 고난의 행군 때 북한을 구해낸 세력은 장사꾼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언론은 당시 나라를 지킨 사람들이 장군님만 믿는 간부와 인민대중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러한 사람들이 한 일이라고는 시대 착오적인 경제 제도를 붙잡고 지원한 것뿐입니다. 90년대 말부터 북한 경제는 개인의 힘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장사꾼들뿐만은 아닙니다. 지금 국가기업소 지배인을 보면 사실상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경영자나 자본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들은 생산을 경영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체제 또는 자원을 자기 힘으로 얻어내야 하고 생산된 제품의 판매에서 수출까지 자신의 힘으로 관리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아래로부터의 시장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시장화 때문에 북한 경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조금씩이나마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북한사회가 사실상 돈과 장마당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라고 한다면 왜 중국과 베트남 같은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말로만 사회주의 운운하고 있지만 사실상 자본주의 사회를 건설 중입니다. 바로 이와 같은 정치는 중국의 눈부신 경제적 성공을 가져왔습니다. 북한은 왜 그렇지 못할까요?

기본적인 이유는 국가정책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 화폐개혁 이후부터 북한은 개인사업을 무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진압과 단속대상으로 여겨졌던 장마당과 장사꾼들은 지금 국가로부터 큰 압력을 받지 않고 거의 자유롭게 장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압과 단속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다행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한은 그간 몇 차례의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국가가 개인 경제를 단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국가는 개인 사업가들이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제공합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법을 제정하고 개인경제의 발전을 어렵게 하는 부정부패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장사꾼들과 외화벌이 일꾼들이 시장가격을 비롯한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얻을 수 있고 개인적으로 송금 즉 돈을 어디로든 즉각적으로 보낼 수 있으며 문제가 생겼을 경우 재판소에서 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들의 경제활동은 훨씬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전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사꾼들과 사업가들은 높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공포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북한 법을 위반하지 않은 사람이 한 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북한당국이 개인 경제활동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도와주고 후원하기 시작한다면 북한 경제는 분명히 좋아질 것 입니다. 문제는 체제안전에 대한 걱정이 많은 북한 정부가 이러한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 홈페이지에 방문하시면 더 많은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