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아니라 ‘당 조직지도부’라는 그림자 조직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탈북 시인 장진성(43)씨는 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미국 CNN방송 앵커 크리스티안 아마폰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을 통치하는 것은 31세의 독재자 김정은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씨는 “사람들은 김정일 사후 아들인 김정은에게 권력이 그대로 이전된 것으로 믿고 있지만, 김정일의 권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했던 해주던 조직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 장씨가 언급한 이 조직은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이다. 당 조직지도부는 김정일이 졸업한 김일성대 출신의 핵심 측근들이 포진해 있는 곳으로 방대한 사회 감시망을 갖추고 있다고 장씨는 말했다.

그는 “조직지도부를 갖고 있었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스위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김정은에겐 이런 기반이 없다”면서 “김정은은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한 후 당 조직지도부에 의지해야 했지만,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장성택 처형으로 김정은이 정치적 고아가 됐다고도 했다. 그는 “가족적 의미에서 고아가 아니라 정치적 고아가 됐다”면서 “김정은은 현재 상징적인 지도자 역할밖에 못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선전원으로 일했던 장씨는 한때 김정일의 총애를 받아 그를 독대하기도 했다. 그는 “김정일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 난 그가 정말로 신적인 존재라고 믿었다. 인민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결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김정일을 직접 대면한 순간 그 환상은 깨졌고 충격을 받았다. 김정일은 그냥 나와 똑같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북한 실상을 다룬 ‘경애하는 지도자(Dear Leader)’의 영미권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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