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칩 입력 데이터 분석, 실제 비행 궤적과 일치 확인
3대 모두 軍시설 상공 비행… 중국 무인기 복제·개조한 듯
백령도 추락한 무인기는 입력항로 423㎞ 달해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삼척, 서해 백령도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가 모두 북한에서 이륙했다는 증거는 각 무인기 메모리칩에 저장된 임무 명령 데이터에서 나왔다. 무인기 3대는 원격으로 조종된 게 아니라 사전에 입력된 GPS(위성항법장치) 좌표를 따라 비행하며 사진 촬영을 한 뒤 이륙 지점으로 돌아오도록 설정됐다. 메모리칩 분석 결과 무인기 3대의 이륙 지점은 북한 2군단과 4군단, 5군단 지역으로 분석됐다.

◇무인기 이륙 지점은 北 2, 4, 5군단 지역

백령도 무인기의 발진 지점인 해주 근처는 북한 4군단 관할 지역으로 알려졌다. 4군단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한 부대가 소속돼 있다.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는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 포탄 500여발을 발사했던 3월 31일 비행했다. 이날 낮 12시 15분 북한이 방사포(다연장로켓)와 해안포 사격을 시작한 직후인 12시 48~50분 사이 소형 무인기가 발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약 1.7㎞로 고도로 소청도와 대청도·백령도 상공을 지그재그로 비행하며 사진 촬영을 하도록 설정돼 있었다. 백령도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는 해병대 6여단이 주둔해 있다. 지난 3월 24일 경기도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는 개성 인근에서 이륙했는데, 개성은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2군단 관할 지역이다. 파주 무인기는 전시(戰時)에 북한군 기갑부대가 이동할 가능성이 큰 통일로를 따라 비행하며 군부대 등을 촬영했다.

북한 무인기 발진·복귀지점 및 비행 경로 그래픽
북한 무인기 발진·복귀지점 및 비행 경로 그래픽
작년 10월 4일 주민이 처음 발견했고 올해 4월 6일 주민 신고로 강원도 삼척에서 회수한 무인기는 북한 5군단 지역인 강원도 평강 동쪽 지역에서 이륙한 것으로 나타났다. 5군단은 북한의 중동부 지역을 책임지는 부대다. 삼척 무인기는 이륙 후 화천-춘천-사내-근남 상공 등을 비행하도록 설정돼 있었다. 이 지역에는 중부전선을 지키는 주요 군부대들이 집결해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청와대 등 우리 핵심 지역과 군사 시설·기지의 최신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소형 무인기를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국산 무인기 복제·개조한 듯"

군은 1990년쯤부터 북한 무인기 개발 동향을 파악해 왔으나 소형 무인기의 존재를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군 당국은 무인기 3대 모두 중국의 민간업체가 개발한 것을 북한이 수입한 뒤 복제(複製) 또는 일부 개조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 파주와 강원 삼척에 추락한 무인기는 중국 민간 통신 기업인 중자오퉁신(中交通信·트랜스컴)에서 만든 'SKY-09P' 무인기,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는 중국의 민간 회사 완카이페이(萬凱飛·마이크로플라이)사의 'UV10CAM' 무인기와 각각 같은 외형을 가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北 무인기와 거의 일치하는 中 무인기… 경기 파주와 강원 삼척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와 겉모습이 똑같은 중국 중자오퉁신(中交通信)사의 무인기 ‘SKY-09P’. 군 당국은 중국의 민간 업체들이 개발한 무인기를 북한이 수입한 뒤 복제 또는 일부 개조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중자오퉁신 홈페이지
北 무인기와 거의 일치하는 中 무인기… 경기 파주와 강원 삼척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와 겉모습이 똑같은 중국 중자오퉁신(中交通信)사의 무인기 ‘SKY-09P’. 군 당국은 중국의 민간 업체들이 개발한 무인기를 북한이 수입한 뒤 복제 또는 일부 개조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중자오퉁신 홈페이지

이 무인기들은 상용(商用)으로도 판매되는 것이지만 북한이 이를 군사용으로 활용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국제사회가 취하고 있는 대북 금수(禁輸) 조치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2010년쯤부터 소형 무인기 개발에 착수했으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최근 정찰용으로 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우리나라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마저 비행 도중 엔진 이상(파주)이나 방향 조종 기능 상실(삼척), 연료 부족(백령도) 등의 이유로 추락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소형 무인기 기술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무인기 개발에 주력할 경우 수년 내 정찰·공격용으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백령도 무인기의 경우 임무 명령 데이터에 입력된 항로 지점을 모두 연결하면 약 423㎞이다. 서울에서 제주도 부근까지 갈 수 있는 거리다. 소형 무인기에서 카메라와 낙하산, 귀환을 위한 연료 등을 빼면 약 3~4㎏의 폭약을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무인기 전문가는 "생화학무기 등을 탑재해 테러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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