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주민들 감시를 위해 비밀리에 가택수색을 하는 것은 물론, 외국산 신형 도청 장치까지 이용하고 있다고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가 7일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데일리NK에 “(최근) 밖에서 일 보고 집에 들어와보니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누가 했는지도 모르게 가택수색을 당했다”며 “처음에는 도적(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없어진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사진 몇 장이 방바닥에 흘려 있어 비밀리에 가택수색을 당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북한 보위부원들은 과거부터 무작위로 가정집에 들어가 ‘숙박검열’이나 ‘CD 검열’ 등을 해왔다. 숙박검열은 숙박 등록 절차를 밟지 않거나 공민증·여행 증명서를 소지하지 않고 가정집에 숙박하는 사람들을 조사하는 것이며, CD 검열은 한국산 드라마나 음악 등이 들어있는 CD를 조사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비밀 검열’은 최근 새로 나온 경향이다.

이 소식통은 과거와는 달리 당국이 비밀리에 가택수색을 진행하고 있고, 무엇을 조사하려 하는지도 알 수 없어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외국산 최신형 도청장치를 이용해 주민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며칠 전 동네에 사는 주민이 보위부에 잡혀갔다”며 “집에 도청장치가 설치된 것도 모르고 한국과 통화한 것이 도청돼 체포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는 정치혐의가 있는 사람을 조사할 때, 증거확보 목적으로 소형 녹음기가 부착된 펜과 같은 물품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휴대용이 아닌 부착용 도청기가 가정에 설치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 소식통은 “최신형 도청기가 가정용 변압기에 붙어있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라며 “휴대용 도청기는 이미 알고 있어 친구와 대화할 때 조심했는데, 부착용 도청기가 장판바닥이나 변압기에 부착 사용되고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소식통은 “(당국이) 최신 기술장비로 된 손전화(핸드폰) 추적 탐지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소형 도청기를 대량 수입해 주민들 감시용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며, 주민 사이에서 “주민 감시에 돈 쓰지 말고 진짜 필요한 곳에 써야 하는데, 나라꼴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양강도의 다른 소식통도 데일리NK에 “보안원들이 ‘이제는 한국과 통화했는지 중국과 통화했는지도 녹음이 다 되기 때문에 불법통화자를 잡는 것은 순간’이라고 위협하고 있다”며 “이 위협 때문에 주민들이 손전화 사용에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