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구소련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입니다. 저는 1980년대 소련 사회주의 위기를 체험했고 그 당시의 경험이 러시아의 생활과 사회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말하면 공산주의를 포기한 러시아인 사람들은 잘 살고 있고 예전 사회주의로 돌아가자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1980년대 공산주의를 싫어하게 된 구소련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환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조만간 공산주의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소련 사람들의 경험을 미리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당시 소련사람들이 공산당 간부들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간부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인민이 다 평등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간부들은 보통사람들 보다 아주 잘 살았습니다. 그들은 일반 소련 사람들이 꿈꾸지도 못했던 고급 제품을 소유했으며 간부들만 갈 수 있는 상점에서 여러 소비품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련 사람 대부분은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나면 간부들이 누리는 특권과 특별대우가 없어지고 더 평등한 사회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사회를 대체한 러시아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특권 계층의 생활수준은 예전 공산당 간부들의 생활보다 훨씬 높습니다. 좋든 싫든 평범한 사람과 힘이 있는 사람들의 차이는 공산주의 시대보다 더 커졌습니다. 이것은 시장경제가 초래한 불가피한 후과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러시아 사람 대부분이 공산주의 시대를 그리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산주의 해체 이후 자본주의 시대로 진입한 러시아는 빈부격차가 심해졌지만 북한 선전 언론들이 비난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줄어들었습니다. 바꿔 말해서 공산주의 시대의 특권층들은 여전히 공산주의 시대보다 더 잘 살고 있지만 당시에 살기 힘들었던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공산주의 시대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30여 년 전에 당 일꾼은 옛날 소련 승용차를 탔지만 현재 러시아의 사업가나 자본가가 된 당 간부의 아들들은 지금 벤츠 등 고급외제차를 즐겨 탑니다. 하지만 30여 년 전에는 자가용 승용차를 꿈도 꾸지 못했던 노동자들도 지금은 별문제 없이 자가용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민들이 구입하는 차는 부자들이 타는 벤츠 차만큼 좋지는 않지만 1980년대 당 중앙 지도원이 탈 수 있었던 승용차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다른 사례도 볼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 시대에도 소련 사람들은 외국여행을 할 수 있었지만 오로지 사회주의 동유럽 국가에만 갈 수 있었습니다. 간부들은 가끔 자본주의 나라까지 여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부자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외국으로 휴가 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자나 중학교 교원 정도면 애급이나 지중해 지역으로 휴가여행 가는 것이 보통 일입니다. 물론 부자들은 외국 여행할 때 일반사람들이 투숙하지 못하는 사치스러운 곳에서 투숙합니다. 그렇지만 일반사람들도 소련 시대보다 살기가 많이 좋아진 것은 부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자본주의가 빈익빈 부익부 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세계 역사의 경험에서 잘 알 수 있듯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자본주의보다 위기에 빠진 사회주의에서 더 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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