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유아시아방송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최근 북한에서 장성택과 관련된 중간간부와 고급간부 1천여 명이 체포되었다는 보도들이 나왔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이와 같은 보도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역사를 통해서 이 같은 대규모 숙청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고급간부가 숙청을 당하게 되면 그와 가까운 사람들은 정치범 관리소나 유배를 당했고 최악의 경우 처형까지 당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모방하고 있는 구소련의 스탈린식 사회주의 정치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체제하에 숙청으로 인해 권력에서 밀려난 간부는 모든 것을 하루 아침에 잃고 심한 경우 목숨까지 빼앗기는 경우를 목격해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전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민주 국가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건한 권위주의 정치를 실시하는 국가에서도 개인다툼이나 정치갈등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은 목숨은 물론 자신의 집, 재산까지도 별 문제없이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 자녀들은 그대로 좋은 학교를 다닐 수 있고 그와 가까운 사람들도 출세에 얼마간의 지장이 생길 수는 있지만 생명이 위협 받거나 재산몰수 같은 어려움은 당하지 않습니다.

북한 같은 나라에서는 고위직으로 오래 일하다 여유 있는 퇴직생활을 하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른 나라들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대통령을 지낸 사람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들은 별 문제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그들 중 2명은 재직 시 감행했던 불법행위들 때문에 벌을 받고 불법적으로 얻은 재산은 몰수를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금까지 대부분 일반 한국 사람들보다 더 편리하게 더 풍요롭게 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것은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북한 간부들은 죽을 때까지 아니면 아주 늙을 때까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 노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권력이 없어지면 자신의 사회적 지위는 물론 개인의 안전까지도 지키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바꿔 말해서 북한 고급간부들 대부분은 비상구가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북한 정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숙청이 곧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간부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미친 사람들처럼 다투고 있습니다.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당과 국가의 정치노선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되어도 조용히 그만두고 퇴직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점이 많은 정치노선이나 당의 정책도 불가피하게 자기 생존을 위해 밀고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상구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고위간부들 사이에 불가피한 대립과 갈등이 첨예화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장성택 사건과 이영호 사건이 잘 보여주듯 김정은 시대 이후 북한정치 무대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도 수많은 간부들이 숙청을 당했지만 감옥이나 유배지로 추방되었지 무조건 처형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젊은 김정은 시대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숙청이 엄격하고 잔인할수록 고위층들의 권력다툼도 더욱 치열해집니다. 이것은 북한의 체제안정과 경제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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