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25~2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해 4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북한이 말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북핵 전문가 사이에서는 고농축 우라늄 핵폭탄 실험과 동시다발 핵실험 등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이미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보유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이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의 닉 한센 연구원은 24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동시다발 실험 혹은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동시다발 실험을 예측한 근거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뚫려있는 두 개의 터널”이라고 밝혔다.

한센 연구원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두 터널 모두 완공된 것으로 관측돼 이 시설에서 두 개의 핵 물질을 한꺼번에 터뜨릴 수 있다고 분석된다”며 “북한으로서도 어차피 유엔의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면 한 번에 여러 차례 실험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센 연구원은 그러나 풍계리 핵실험장 서쪽 갱도에서도 굴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추가 실험에 활용할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우라늄이든 플루토늄이든 이를 이용한 핵무기를 만들려면 최종 단계인 소형화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4차 핵실험은 핵탄두 소형화 과정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핵탄두 소형화는 미사일에 싣기 위해 핵탄두의 무게를 1000㎏ 이하로 줄이고 탄두 직경도 90㎝ 이하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면 자신들이 보유한 스커드B 미사일(사거리 300㎞)에 핵폭탄을 장착해 쏠 수 있다.

하지만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라늄 혹은 플루토늄을 기반으로 실험할지, 아니면 소형화나 폭발력 등에 초점을 맞출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도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추가 핵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은 오류”라며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1990년대 초 이전에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소형화 무기를 당연히 염두에 뒀을 것이고, 이미 파키스탄이나 중국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한·미 정보 당국의 분석 결과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으며 핵탄두 소형화도 가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은 탄두 중량을 1500㎏ 이하로 줄였지만 1000㎏까진 줄이지 못해 실전(實戰)에서 쓸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지난 세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 폭발력 및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 기술을 향상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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