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겪다 북한에 밀입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봉길 의사의 조카 윤모(67)씨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강을환)는 24일 정부의 허가 없이 무단 방북하고 북한 체제를 찬양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윤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씨는 입북 전 사상이 편향되거나 정치적 동기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고, 북한 체제에 동조하는 행위를 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생사여탈권이 북한에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 사망 3일 후 분향소를 방문 하자는 제안을 거부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밀입북자 중 연장자란 이유로 헌화하고 묵념을 했지만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하거나 방명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봉길 의사의 조카인 윤씨는 서울에서 명문고와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 언론사에서 기자와 편집부국장 등으로 일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북한에서 생활하면 윤봉길 의사의 조카이므로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밀입북을 결심했다.

윤씨는 2009년 9월 중국 북경 주재 북한 대사관을 통해 자진입북을 신청했으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2010년 1월 직접 두만강을 건너 밀입북했다.

윤씨는 북한에 체류하면서 국가안전보위부 직원 등과 접촉해 한국의 정치 정세, 경제·사회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등 반국가단체의 구성원과 회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에 1심은 김정일 분향소 참배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윤씨는 북한에서 이적표현물을 읽고 감상문을 작성하는 등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